롯데그룹이 인공지능(AI) 평가 시스템을 직원 채용에 도입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직원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곳은 롯데가 처음이다. 4만여명에 달하는 지원자들이 조직과 직무에 적합한 우수 인재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표절 여부도 AI를 통해 가려낸다.

롯데는 "3월 말부터 시작하는 주요 계열사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지원자 자기소개서 심사에 AI를 활용한다"고 12일 밝혔다. 롯데백화점·마트·제과·칠성음료 등 6개 계열사에서 AI 분석 결과를 평가자의 참고 자료로 사용할 방침이다.

AI 평가 시스템은 롯데정보통신과 국내 언어 처리 전문 기업이 공동 개발했다. 우선 1차 서류 전형의 인재상에 대한 부합도와 직무 적합도를 판단한다.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각 계열사에서 업무 성취도가 탁월한 인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자질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이다. 열정과 책임감, 창의성, 사회성, 고객 중심 사고 등 우수 인재의 요소와 비율을 지원자의 성장 과정과 지원 동기, 사회 활동, 직무 경험, 입사 후 포부 등과 일일이 매칭(matching)시키면서 점수화한다.

시스템은 자기소개서를 베껴서 제출했는지도 검증한다. 온라인에 떠도는 모범 자소서, 웹 페이지, 공공·학술 자료 등에서 추출한 50억건의 빅데이터와 연계해 표절 여부를 확인한다.

롯데는 "이번 AI 도입은 신동빈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디지털 전환'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당시 "AI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을 모든 사업 과정에 적용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2016년 말 한국 IBM과 업무 협약을 맺고 AI 컴퓨팅 기술인 '왓슨'(Watson) 솔루션을 도입하며 다양한 사업에서 AI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SK하이닉스도 이르면 올 상반기 AI 평가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