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한국 기업보다 해외 기업을 위한 홍보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경기 고양에서 강원 평창까지 수소차 주행에 성공하고 KT가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해외 기업들이 오히려 더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중국의 알리바바는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마윈 회장과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알리바바 홍보관 개관식을 열었다. 마윈 회장은 "IOC와 협력해 올림픽을 위한 (관련 IT) 발전에 힘쓰겠다"며 "평창에서 출발해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미래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 회사인 미국 인텔은 올림픽 개막식 때 1218대의 드론이 연출한 '오륜기 퍼포먼스'로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경제 매거진 포천 등 외신들은 인텔의 드론 쇼를 평창올림픽 개막식의 최대 명장면으로 꼽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올림픽 쇼케이스'라는 홍보관을 강릉·평창 등에 개장하면서도 개관식 행사를 따로 갖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때부터 개최지에서 자사 홍보관을 열며 대대적인 개관식을 진행해왔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때는 조용히 넘어간 것이다. 업계에선 "최근 재계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은 국내 분위기 때문에 대대적인 행사를 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지급한 '갤럭시노트8 올림픽 에디션'을 놓고 불거진 논란이 수그러지지 않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IOC가 이란이 UN 경제 제재 대상에서 풀린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란 선수에겐 갤럭시노트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뒤늦게 번복했지만, 이란 내에서는 엉뚱하게도 IOC가 아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심지어 이란 검찰이 삼성전자 이란 지사장을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통신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삼성전자의 이란 선수에 대한 모욕적인 행위와 관련해 삼성전자 이란 지사장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소환해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