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강도 5.4 지진, 3개월만에 4.6 또 발생
기상청 "11월 지진의 여진으로 보인다"
축소되는 기존 '여진 패턴'과는 새로운 양상
"새로운 지진 가능성 완전 배제 어렵다"

작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이어 3개월만에 규모 4.6의 지진이 포항에서 또 발생했다.
기상청은 "새벽 5시 3분 3초에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했다"며 "작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의 여진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규모 4.6 지진에 이어 오전 5시 38분 6초와 3시간 뒤인 오전 8시 11분 38초에 규모 2.1 지진이 각각 포항시 북구 북서쪽 7㎞와 5㎞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11일 포항시 북서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북구 장성동 한 건물의 외벽장식이 도로에 떨어져 있다.


◇ 최대 규모 여진..."1년 넘게 진행될 수도"
기상청은 이번 지진을 '여진'이라고 규정했다. 규모 4.6 지진은 포항지진 이후 발생한 여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여진은 포항지진이 발생한 당일 규모 4.3 지진이었다. 11일 오전 8시 11분까지 포항지진의 여진 중 규모 2.0 이상 여진은 모두 85회 발생했다.

작년 11월 16일 기준 포항지진 여진 분석 현황.

여진은 큰 규모의 지진 이후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지진을 말한다. 땅 속 깊은 곳으로 갈수록 열과 압력이 높아진다. 지진은 단층과 같이 균열이 있는 부분에서 여러 힘에 의해 땅 속 압력이 작용하며 균열에 변형이 일어나 발생한다. 큰 지진으로 한 번 변형이 일어난 곳에서는 얼마든지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

박정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큰 지진으로 땅 속에서 변형이 생기면 한 쪽이 균형을 잃게 되면서 지진이 발생했던 곳 주변으로 지표 지각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여진이 발생한다”며 “여진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본진으로 생긴 응력(지각을 움직이는 응축된 힘)이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2016년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 여진은 지금까지 약 640차례 발생했다. 현재 경주지진 여진은 잦아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1년이 넘게 여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포항지진 여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정호 센터장은 “경주지진 여진은 현재 굉장히 안정화됐지만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규모 2.0 이하의 미소지진은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포항지진 여진도 경주지진과 마찬가지로 언제까지 발생할지 가늠할 수 없지만 1년 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여진'이냐 '확대'냐…"정밀 분석 모니터링 필요"
11일 발생한 규모 4.6의 지진이 작년 포항지진의 여진이 아닌 새로운 지진의 확장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여진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감소하는 패턴으로 발생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 그러나 이번 지진 규모는 4.6으로 작년 11월 15일 포항지진 이후 가장 규모가 컸던 4.3 여진보다 규모가 크다.

박 센터장은 “일본 등 지진이 자주 나는 곳에서는 여진 규모가 감소하지 않고 커지는 패턴도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패턴이 보고된 적은 없다”며 “현재 시점에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후속 여진들도 정밀 분석해야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규모 4.6 지진이 작년 11월 15일 본진 진앙지 분포에서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진앙지 주변의 복잡한 지하 단층이나 구조들과의 연계성을 정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센터장은 “작년 본진 가장자리 쪽이 진앙이어서 가장자리 지층이 조금 더 깨지면서 나타난 여진인지, 가장자리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되는 지진인지 복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며 “응력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생긴 여진으로 보이지만 복잡한 지하 단층과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경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기존에 한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단층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진앙지인 포항시 흥해읍 지역은 퇴적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지역이다. 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포항은 신생대 3기 해성퇴적층(동해에 가라앉았다가 인근 양산단층을 따라 융기한 퇴적층)이 분포하고 있다. 이 퇴적층은 암편을 손으로 강하게 누르면 부스러질 정도로 강도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후 포항 흥해체육관에 대피해 생활하던 이재민들이 11일 발생한 또 다른 강진으로 술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