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등 상장 바이오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정식 상장이나 우회 상장을 추진 중인 장외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변동성이 심한 바이오주 특성상 상장이 확정되면 곧바로 장외시세가 50% 이상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1일 장외주식 중개 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오는 1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동구바이오의 장외시장 주가는 지난해 10월 1만원대에서 최근 3만5000원대로 급등했다. 코넥스시장 상장사인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22일 4만6100원이던 주가가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하면서 8만원대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오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바이오주는 기대감만으로 급등하는 경우가 많아 주가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며 “무분별한 투자는 금물이다"라고 밝혔다.

◇ 우회 상장 기업명 ‘쉿’…그래도 투자자 몰리는 바이오주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지난해말 투자조합, 개인 등으로부터 수백억원대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A사는 이 자금으로 비상장 바이오사 B사의 최대주주로부터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그 이후 B사는 A사와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할 계획이다. 장외기업 B사가 주도해 부실 상장사 A사를 통해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건이다.

이런 방식은 우회상장할 때 흔히 쓰인다. 그러나 이른바 부띠끄(브로커)업계에선 이번 CB 발행을 두고 바이오주 투자가 과열된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는다. 3자 배정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CB 발행에서 A사가 “합병 기업이 장외 바이오사”라는 점만 밝히고 기업명과 합병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수백억원의 자금을 손쉽게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시에서 이 내용을 밝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보를 알지도 못하면서 3자배정으로 자금을 넣은 투자자는 드물다.

이에 대해 A사 측 한 관계자는 “과거 우회상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해 문제가 된 적이 여러번 있었다”면서 “그때 이후 우회상장 기업명을 밝히지 않는 관행이 생겼는데, 바이오주는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상황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러스트 = 김성규

한 장외 바이오기업은 최근 ‘간 보기’로 구설에 올랐다. 몇차례 우회상장을 추진하다가 취소해 해당 상장사들을 곤혹스럽게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바이오 상장사 C사는 최근 이자율 0%에 보호예수 기간 1년, 현 주가보다 상당히 높은 전환가격(추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가격) 조건으로 CB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도저히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바이오주의 높은 인기를 이용해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바이오기업은 수퍼 갑의 입장에서 주도권을 쥐어왔다"면서 "시중에 돈이 넘치고 있어 더더욱 고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10배 오른 신라젠, 시총 현대차 앞선 셀트리온…"올해 10~20개 바이오사 상장될듯"

신라젠 주가 추이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의 초대형 기술 수출 이후 바이오주 투자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라젠(215600)이 기름을 부었다. 신라젠은 지난해 6월 공모가 1만5000원에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후 5개월만인 11월 21일 공모가의 10배를 넘는 15만2300원을 찍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9일 코스피시장으로 이전상장한 셀트리온(068270)이 첫날 거래에서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한편 올해는 10~20개사의 바이오기업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구바이오를 포함해 알리코제약, 엔지켐바이오가 상장 마무리 단계에 있고,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올릭스, 유틸렉스, 툴젠, 젠바디 등이 증권사와 IPO(기업공개) 자문 계약을 맺었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다수 기업은 신라젠처럼 적자 상태이나 기술을 인정받아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때마침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상장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바이오기업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