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접는 폰)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삼성전자의 구세주가 될 지 관심이 크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과 기술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태다. 화웨이, 샤오미 등은 ‘삼성급’의 성능에 값은 중저가를 유지하며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중국은 한국 스마트폰의 무덤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삼성전자가 내놓을 비장의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추정 이미지.

◇ 한국폰 무덤된 中 시장, 삼성⋅LG 합쳐도 점유율 2%도 안돼

삼성전자(005930)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 업체들의 2017년 4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이 67.1%를 기록했다. 2013년 4분기 22%였던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5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화웨이가 시장 점유율 19.6%로 1위를 차지했고, 오포(18.4%), 비보(16.6%), 샤오미(12.5%)가 뒤를 이었다.

2013년 4분기 19.7%로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삼성전자는 2017년 4분기 1.7%의 점유율을 기록해 8위에 그쳤다. 시장점유율만 놓고봐도 2013년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LG전자는 0.1% 미만으로 집계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전자는 중국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도 애플에게 밀렸다. 애플은 2017년 4분기 13.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삼성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2017년 중국 판매량 상위 10개 스마트폰 목록에도 삼성전자 제품은 없었다. 판매량 상위 10개 스마트폰 가운데 화웨이와 오포 같은 중국 업체 제품이 8개, 애플 제품이 2개를 차지했다. 상위 순위를 차지한 8개 중국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은 약 25만8000원에 이른다. 상위 8개 중국산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이 갤럭시S8(93만5000원)의 가격보다 67만원 가량 저렴했다.

2016·2017년 연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이같은 현상을 두고 ‘사드 보복’ 이슈와 관련해 중국 내 한국 업체의 현장 마케팅이 어려움을 겪은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 정책으로 중국 업체에 대해 세금 면제와 같은 각종 지원 정책을 펼쳐 저가 정책이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실상은 중국산 스마트폰이 더는 기술력이나 사양에서 한국폰에 뒤지지 않게 됐다는 점이 더 큰 이유로 부각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제품의 가격은 여전히 높은데 기능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점점 성능이 좋아지고 가격이 저렴한 중국 제품들이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2017년 화제가 된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경쟁에서도 중국 업체가 삼성전자를 앞섰다. 삼성전자는 자사 AI 인터페이스인 ‘빅스비’의 중국어 버전을 당초 약속한 시기보다 5개월 가량 늦어진 2017년 11월에 출시해 AI를 무기로 중국 시장을 선점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화웨이는 이보다 한달 앞선 2017년 10월 AI 신경망처리장치를 탑재한 ‘메이트10’을 출시했다. 화웨이가 내놓은 AI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빅스비보다 한단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 빅스비는 음성 명령을 클라우드에 보낸 뒤 그 결과를 받아 처리해야 하지만 화웨이의 메이트10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신경망처리장치에서 곧바로 음성명령을 처리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도 적고 실행 속도도 빠르다.

◇ 삼성, ‘폴더블폰’ 카드 만지작…하반기 출시 유력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돌파할 비장의 카드로 폴더블폰이 떠오르고 있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스마트폰 자체를 접었다 펼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핵심은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다. 접었다 펴더라도 디스플레이에 흔적이 남지 않아야 한다. 일반 LCD패널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갖춘 삼성전자가 유리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OLED 패널 신규 생산 단지 조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애플처럼 ‘충성고객’이 많거나 타사와의 ‘차별화'가 존재하지 않는 한 시장 점유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삼성이 폴더블폰을 통해 폼팩터(형태)의 변화를 주도하고 프리미엄폰에 대한 새로운 니즈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대 교수는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평준화 되는 상황에서 가격이 싸면서도 성능이 좋은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어느정도 예견된 바였다”며 “폴더블폰 같은 완전 차별화된 제품 출시가 판을 뒤집을 강력한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더블폰이 출시되면 작년 4분기에 애플이 아이폰X 출시 효과로 중국에서 3분기보다 4.6%포인트(p)에 이르는 가파른 점유율 상승세를 보였던 것처럼 단기적인 점유율 상승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추정 이미지.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 중국 화웨이가 폴더블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세계지적재산권 기구를 통해 반으로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마트폰의 특허를 냈다. 화웨이는 올해 폴더블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은 폴더블폰의 정확한 출시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 출시가 유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내년으로 출시 시기를 미룰 경우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미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폴더블폰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31일 2017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폴더블 OLED 스마트폰 같은 첨단 제품을 개발해 차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폴더블폰 출시가 무조건 답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삼성이 폴더블폰 출시 전 제품 수요를 창출하고 확대해 갈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의영 연구원은 “폴더블폰의 대형 화면을 이용할 수 있는 특화된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등 폴더블폰 활용을 위한 앱 생태계를 먼저 만든 다음 폴더블폰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며 “폴더블폰 수요를 확대할 수 있을 때 폴더블폰 출시 효과도 극대화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