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데스개발은 부동산 개발업체로는 드물게 'R&D(연구개발) 센터'가 있다. 김승배(57) 피데스개발 대표가 2005년 회사를 세울 때부터 만든 조직이다. 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 등 피데스개발이 공급하는 모든 부동산 상품의 기획·시공·분양 등 사업 전 단계에 R&D센터가 관여한다.

지난 6일 만난 김 대표는 "부동산 개발을 포함해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 R&D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천차만별인 소비자 니즈(요구)에 맞춘 최적의 주거상품을 공급하려면 경영자의 '감(感)'이 아닌 R&D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해야 실수가 적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철저한 소비자 트렌드 조사 덕분에 지금까지 개별 분양 프로젝트는 단 한 번도 실패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 놓인 아파트 모형 앞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 R&D”라며 “소비자에게 최적의 주거 상품을 공급하려면 ‘경영자의 감(感)’이 아닌 R&D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우건설에서 20년 동안 주택사업을 진행하다가 퇴사, 1995년 피데스개발을 세워 전문 디벨로퍼의 길에 들어섰다.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등 주택 공급과 도시개발사업 등 17개의 프로젝트를 완수했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9개나 된다. 회사명인 '피데스(Fides)'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믿음과 신뢰의 여신(女神)'이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는 3~4년 후 입주를 합니다. 새로 개발한 도시 공간은 50~100년 동안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호흡이 긴 비즈니스를 벌이는 디벨로퍼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회사 이름을 지었습니다."

김 대표가 연구개발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POE(post occupancy evaluation·입주 후 평가)'이다. 그는 "소비자가 실제 거주하면서 느끼는 만족도를 조사해 다음 사업지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POE를 적용한 대표 사례로 2009년 대전 도안신도시에서 처음 선보인 방 2개짜리 30평형대 아파트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고민 없이 방 3개를 만드는데, 방 1개를 아예 옷 방으로 쓰는 소비자가 많더라"며 "처음부터 방을 2개만 넣고, 넓은 거실과 드레스룸 등 공간 활용도를 높였더니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2007년부터 경기도 평택에서 추진한 용죽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떠올리며 "회사가 죽다 살아났다"고 했다. 입지가 좋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도저히 분양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금융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다른 사업지에서 번 돈으로 가까스로 직원들 월급을 해결했다"면서 "그러나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는 부동산 시장 사이클에 대한 믿음을 갖고 버틴 끝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도시재생 사업을 '시대의 화두'라고 비유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도시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국가 경제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은 우리끼리 먹고살기엔 편하지만, 글로벌 대도시와의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도시재생이 시급합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에 대해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公共) 주도로 도시를 바꾸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과연 효율적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은 분명 '공공성'을 갖춰야 하지만, 영국·일본 등 선진국처럼 민간 디벨로퍼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민간기업끼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규칙을 잘 만드는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안양시 범계역 근처 12층짜리 노후 백화점 건물을 사들인 피데스개발은 4월쯤 최고 43층 2개 동(棟)에 주거용 오피스텔 622실과 대규모 상가로 구성되는 '범계역 힐스테이트 모비우스'를 분양할 계획이다. 도심 중심 상업지역에 있는 낡은 건물을 허물어 주택과 상업시설을 들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 사업"이라며 "먹고, 자고, 노는 생활 대부분이 집 근처에서 이뤄지는 '올인빌(All in Vill.) 트렌드를 겨냥한 상품"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한강변이나 용산 역세권 등 서울이라는 글로벌 도시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디벨로퍼로서 가진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기존 아파트 건설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