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SK텔레콤은 국내서 처음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장거리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다. 양자암호통신 전용 중계 장치(Trusted Repeater)를 국내 첫 개발해 경기도 분당에서 용인과 수원까지 왕복 112km 구간 실험망에서 양자암호키를 전송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국내에서 주목받은 SK텔레콤의 장거리 양자암호통신은 유선 광케이블망에서 구현됐다.

전문가들은 유선 양자암호통신 상용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궁극의’ 양자암호통신은 무선 양자암호통신이라고 말한다. 광케이블이 없는 군사 작전지역에서도 완벽한 통신 보안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중국을 포함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 연구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작년 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연구진이 처음으로 50m 거리에서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다. 실내에 있는 송신부에서 레이저 신호를 이용해 광신호를 전달하고 50m 떨어진 외부 수신부에 양자암호키를 전송하는 실험을 국내 최초로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의 쾌거는 ‘걸음마’에 불과하다. 중국은 2017년 1월 19일 국제 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중국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빈을 잇는 대륙간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첫 50m 거리 무선 양자암호통신 성공

양자암호통신은 빛의 알갱이인 광자 하나에 정보를 넣어 전송하는 기술이다. 양자(Quantum)가 갖는 물리적 특성인 복제 불가능성을 기반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비밀키’를 나누고 이용하는 암호통신을 말한다.

양자암호통신은 광자에 담긴 정보인 비밀키를 어떻게 송신자와 수신자가 나누느냐가 핵심이다. 이른바 ‘양자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로, 비밀키를 통신상에서 송신자와 수신자가 안전하게 나눠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 소재 나노기술원에 있는 KIST 양자정보연구단이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이용한 신소 송신부(앞쪽)와 수신부(뒤쪽 검은 박스 형태). 앞쪽 송신부에는 광자를 전송하는 레이저 장치가 탑재돼 있다.

일반 광통신은 비밀키 정보를 보낼 때 여러 개의 광자를 이용해서 정보를 보낸다. 빛 알갱이 수천만~수억개를 사용해 하나의 정보를 보내는 방식이다. 만일 도청자가 마음먹고 일부를 탈취하면 정보를 탈취할 수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광자 하나에 1비트 정보를 보내는데 수신자는 이 신호를 딱 한번만 해석할 수 있다. 만일 도청자가 중간에 정보를 열어보면 신호가 깨지기 때문에 수신자는 해킹 시도를 알 수 있게 된다. 송신자와 수신자 외에는 중간에 도청이 불가능해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완벽한 보안 통신 기술이다.

KIST 양자정보연구단 연구진은 작년 12월 국내 최초로 QKD 전송 실험 검증에 성공했다. 경기도 수원 소재 한국나노기술원(KANC) 건물 내부에 송신 장치를 놓고 레이저 신호를 사용해 광자를 생성 신호를 전달하고 송신부에서 50m 떨어진 외부 수신 장치에서 단일광자 검출기를 이용해 비밀키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신호 전달 실패를 의미하는 ‘QBER(Quantum Bit Error Rate)’은 4%에 그쳤다. QBER은 ‘1’이라는 신호를 송신부에서 보냈는데 수신부가 ‘0’이라는 신호를 수신하는 것처럼 통신 에러를 나타내는 단위다. QBER이 4%라는 것은 100개의 신호를 전달할 때 에러가 난 신호가 4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상욱 양자정보연구단 박사는 “보통 양자암호통신에서 QBER이 11%가 넘으면 통신 시스템이 불안정해서 에러가 나온 건지, 아니면 도청자가 있어서 에러가 나온 건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한 양자암호통신이라고 본다”며 “양자정보연구단의 경우 실내-실외의 경우 QBER이 4%, 실내-실내의 경우 QBER이 2%에 그쳤다”고 말했다.

중국, 위성 활용 대륙간 무선 양자암호통신 성공...'걸음마' 한국은 연구과제 '無'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을 위한 위성을 쏘아올린 데 이어 2017년 6월 세계 최장거리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하고 올 1월 국제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6월 중국이 세계 최초로 발사한 양자암호통신 실험위성 ‘묵자’호 발사 장면.

중국 베이징과 유럽 오스트리아를 잇는 양자암호통신 거리는 약 7500km를 넘는다. 하지만 양자통신위성인 ‘무쯔(墨子)호’를 이용해 신호를 중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한 거리는 중국 베이징에서 위성까지의 거리인 최소 500km에서 최대 1000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상욱 박사는 “무선 양자암호통신 거리를 늘리려면 레이저 광원이 쏘는 신호를 수신하는 최첨단 장비와 태양빛의 간섭, 공기의 흐름 등 방해요소를 컨트롤할 수 있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하다”며 “(베이징 지상에서 위성까지) 최대 1000km 떨어진 곳에서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작년 말 처음으로 50m 떨어진 곳에서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지만 올해 연구과제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후속 연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박사는 “2014년 양자정보통신 중장기계획을 수립했지만 2017년 예산지원을 받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2018년 신규 과제가 없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 미국 등 선진국은 기술 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