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조작설이 불거지고,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비트코인 국내 가격은 2일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원 선이 붕괴된 데 이어 한때 800만원선도 내줬다. 해외보다 높은 시세로 거래됐던 국내 가상화폐의 ‘김치 프리미엄(김프)’은 사라지고 오히려 해외 시세보다 낮은 ‘김프 마이너스’ 현상도 벌어졌다.

2일 오후 9시 21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25.04% 떨어진 793만원(빗썸 기준)에 거래 중이다. 이는 지난 1월 6일 기록한 최고가 2525만원 대비 68.59% 급락한 수치다. 해외 시세(8111달러) 대비 8.9% 낮은 수준이다.

◆ 근 1년 지속됐던 ‘김프’ 사라져…800만원선도 무너진 비트코인

김프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초 이후 지속해서 형성됐다.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한국인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해외보다 20~30% 비싸졌다. 연말쯤엔 중국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중국 내 가상화폐 투자자금이 국내 거래소로 유입되면서 한때 5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9일 일시적으로 김프가 사라졌던 적이 있었지만 금세 가격이 회복되고 김프가 다시 20% 이상으로 확대돼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이후 가상화폐의 ICO(신규 공개) 금지, 신규 가입 중단, 거래소 폐쇄 검토 등 강경한 규제를 내놨고,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김프는 점점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2~10%까지 감소했다.

비트코인 외에 다른 주요 코인들의 ‘김프’도 소멸됐다. 이더리움은 1~2%, 이오스와 퀌텀은 2%대로 저렴한 상황이다.

빗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약 25% 하락한 800만원대로 떨어졌다. 리플은 37% 내린 7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34%), 비트코인캐시(-32%), 라이트코인(-34%), 대시(-32%) 등의 가격도 시간이 지날 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낙폭이 더 큰 이유는 지난달 31일 가상화폐 실명거래제 시행 이후 사실상 신규 투자가 금지돼 있다 보니 받쳐줄 만한 잠재 매수 세력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가상화폐 시장 신뢰 붕괴...공포감 확산

이날 급락은 가상화폐 거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시총 23위의 가상화폐 ‘테더’를 거래하는 비트파이넥스가 테더의 가격을 부풀린 의혹이 제기돼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다.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가격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록체인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인식도 흔들리고 있다.

일본에서 5억 달러 규모의 해킹 사건이 발생하자 인도도 가상화폐 규제 대열에 동참했다. 전날 아룬 제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가상화폐를 통한 불법적인 행위나 지급결제를 없애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 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가상화폐에 선을 긋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가상화폐 및 ICO 관련 광고를 금지할 것이라 밝혔다.

국내 거래소인 빗썸은 현재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