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논란을 빚어왔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격 비교 공시제'와 '단말기 분리공시제'를 올 상반기 내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제 휴대폰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5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고 가격을 미국·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공개하고, 6월에는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할 때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의 장려금과 SK텔레콤 등 통신업체의 지원금을 분리해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통신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 "휴대폰 가격에 낀 거품 빼겠다"

방통위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을 비싸게 팔고 해외에서는 싸게 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신 관련 정보 제공 사이트인 '와이즈유저'(www.wiseuser.go.kr) 등에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 가격 비교 결과를 올릴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X(텐)의 국내 출고가(64GB 기준 142만원)가 미국(999달러·106만원)보다 훨씬 비싸 차별 논란이 일지 않았느냐"며 "국가별 출고 가격 공개를 통해 제조업체들의 출고 가격 인하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제조사들의 지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출고가격 인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업체를 통해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통신업체의 지원금과 제조업체의 장려금이 함께 제공됐지만, 각각의 지원금·장려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제조업체들이 출고가격을 높게 책정한 뒤 실제 판매 때 선심 쓰듯 장려금을 주는 꼼수를 써왔다"면서 "제조사 장려금 규모를 공개해 제조사들이 제품 출고 가격 자체를 낮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미 국회에서도 6건의 분리공시제 도입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실효성·부적절 논란도 끊이지 않아

하지만 정부의 추진 계획을 놓고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한국 출고 가격과 일부 해외 국가의 출고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한국이 더 저렴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64GB)의 경우, 국내 출고가격이 109만4500원으로, 999유로(133만원)인 독일보다 20만원 이상 낮았다. 미국 출고가격(960달러·102만원)은 한국보다 쌌지만, 국내처럼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미국 역시 1056달러(113만원)로 국내 출고가격보다 높아진다. LG전자의 V30(64GB 기준)도 비슷했다. 한국이 94만9300원으로 가장 낮았고 미국은 924달러(99만원), 독일은 899유로(119만5000원)였다. 업계 관계자는 "과연 국가별 아이폰 출고가격이 공개된다고 애플이 국내 출고가격을 낮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분리공시제의 경우, 일단 통신 3사와 제조업체 중 LG전자는 찬성하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LG전자는 부정적이었지만, 지난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막대한 장려금을 쏟아부으며 도저히 판매 경쟁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통신 3사는 "가계 통신비 부담의 가장 큰 요인은 스마트폰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반대해왔던 삼성전자도 정부의 거센 압박에 태도를 바꿨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판매하는 스마트폰 가운데 국내 비중은 3~5% 수준"이라며 "분리공시제를 시행한다면 나머지 95~97% 판매분에 대해서도 장려금을 올려주거나 출고가를 내려줘야 할 텐데, 이렇게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과하다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분리 공시제

통신 업체들이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할 때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제조 업체의 장려금과 통신업체의 지원금을 따로 구분해서 공개하는 제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 비교 공시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우리나라와 미국·프랑스·독일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에 각각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 가격을 비교·공개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