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이 미쳤다고요? 여기는 딴 세상인 듯 조용합니다."(서울 강남구 도곡동 K중개업소 대표)

2000년대 '대한민국 최고 부촌(富村)'으로 꼽히던 도곡동 A단지는 이제 일대에서 평범한 서울 아파트로 취급된다. 2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월 현재 A단지 49평형(전용면적 120㎡) 시세는 15억원으로 10년 전인 2008년 1월 시세(16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낮다. 그나마 지난해 서울 집값 상승세에 힘입어 6000만원 정도 오른 시세다. 주민 김모(65)씨는 "물가는 무섭게 뛰는데 내 집만 안 오르는 것 같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강남에 집 가진 사람은 앉아서 수억원씩 돈을 버는 투기꾼 취급을 한다"고 말했다. 같은 도곡동에 있는 B단지 54평형(전용 138㎡)의 현재 시세는 12억7500만원이다. 걸어서 약 10분(약 800m) 거리에 있는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24평형(전용 59㎡) 시세(13억5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B단지는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2006년 '미친 집값'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2006년 1월 13억2500만원이던 시세가 5월엔 16억7500만원으로 뛰었다.

서초구 D아파트 전용 161㎡는 작년 11월 16억원에 거래됐다. 2006년 말 시세는 18억원에 달했던 곳이다.

강남 고가 아파트값은 절대 내리지 않는다는 '강남 불패론'은 '잘못된 신화(神話)'다. B단지처럼 한때 수요가 몰려 집값이 오르던 곳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수요가 줄고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살기 좋은 새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르지만, 결국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그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남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투기 세력 때문이라며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시장 진단은 다르다. 교육에 유리하고 입지가 좋은 강남에서도 새 아파트나 몇 년 뒤 신축되는 재건축에만 수요가 쏠려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