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3.3㎡당 1억원 시대가 열릴 것이다." "수요가 많은 강남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재건축과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2000년대 중반 집값 급등기에 유행했던 '강남 불패론'이 되살아나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집중되는 뉴욕·런던처럼 강남도 부자들의 수요가 많아 집값이 내리지 않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근거 없는 맹신"이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많다. 뉴욕·런던 등 글로벌 대도시뿐 아니라 강남권 역시 가격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들썩이면서 2000년대 중반 유행했던‘강남 불패론’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집값 상승은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에 국한된 현상일 뿐, 10년 전보다 집값이 내린 노후 단지도 많다. 사진은 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의 아파트 단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처럼 강남 아파트값은 상승장에서는 눈에 띄게 집값이 올랐지만, 부동산 침체기에는 하락 폭이 서울 다른 지역보다 컸다. 심지어 지금도 과거보다 내린 단지가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남권을 겨냥한 대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강남 불패론에 대한 잘못된 맹신을 퍼뜨리는 것"이라며 "강남권도 집값이 조정을 받을 수 있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당부한다.

강남 불패? 이전보다 값 내린 단지도

최근 강남권에서 '가격 거품' 논쟁을 일으키는 집은 재건축 사업을 마친 입주 5년 미만의 아파트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2016년 8월 입주)는 작년 11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2016년 말 17억원보다 약 6억원 올랐다. 2015년 입주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1년 만에 4억원 넘게 오르며 지난달 20억원에 팔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강남권 새 아파트와 몇 년 후 입주할 재건축 단지의 희소가치가 더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강남에서도 10년 전 집값조차 회복하지 못한 곳이 많다. 대부분 입주한 지 20년에 가까워 낡은 데다가 재건축도 아직 추진하기 어려운 곳이다. 노무현 정부가 강남 3구 아파트와 '전쟁'을 치르던 시절, 강남구 도곡동 A단지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다. 이 단지 전용 244㎡는 2006년 3월 44억5000만원, 같은 해 12월엔 53억6000만원에 팔렸다. 똑같은 주택형이 작년 11월엔 39억원에 거래됐다.

10년 전엔 '강남 3구' 폭락, 강북 급등

강남권 아파트는 집값 하락기엔 서울 다른 지역 아파트보다 더 떨어지기도 한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24% 폭등했다. 이듬해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3.6% 상승으로 진정됐을 때 강남 3구 아파트값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강남구가 1.4% 내렸고, 서초구와 송파구도 0.5%, 0.8%씩 하락했다. 전직 국토교통부 고위 공직자는 "2007년 판교·위례·광교·동탄 등 수도권 2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착공되면서 강남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강남 3구 아파트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2008년엔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전체는 소폭(3.2%) 올랐지만, 강남(-7.2%)·서초(-5.9%)·송파(-8.2%)구 아파트값은 재건축이 거론되는 단지 위주로 대폭 하락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2007년 초 13억원대에 거래됐으나 2008년 말에는 8억7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소유주인 배모(66)씨는 "집값이 한창 빠졌던 2012~2013년엔 '노무현 정부 때 팔고 나갔어야 했는데'라고 푸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강남 3구가 휘청거리는 사이 강북 지역이 '반사 이익'을 누렸다. 노원구는 2008년 아파트값이 18.6%나 올랐고, 도봉구(9.9%)와 강북구(9%)도 10% 가까이 올랐다.

"5년 연속 상승 어려워"

2008년 1월과 지난달 말 아파트값을 비교해도 강남 3구가 특별히 오른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10년 동안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12.6% 올랐고, 한강 위 강북 지역 아파트값은 평균 15.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 중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초구로 13.5% 올랐다. 강남구(9.3%)는 서울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3.9%)은 서울 25개 구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서울을 비롯해 강남권 아파트값은 2014년 반등에 성공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상승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 아파트값이 사실상 고점에 이르러 향후 몇 년 동안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추세를 보면 상승기가 5년 이상 지속한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올해가 사실상 (집값 상승세의)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은 "강남 집값 상승도 끝은 있다"면서 "진행 중인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내년부터 본격 입주하면 강남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