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장사 주식 매각시 양도세 내는 외국인 투자자 범위 확대
외국계 증권사 투자 위축 주장…김동연 "유예 가능성 배제하지 않아"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외국인 주식 투자자 양도세 강화 방안을 유예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11개 국가와 조세회피처의 외국인 투자자만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해당 방안에 대해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증권업계 반발이 크자 과세 시기 조정 등을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외국인 주식 투자자의 양도세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유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까지 시행령을 입법예고 했고, 입법예고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수렴 했다”며 “시장에 나온 목소리나 해외 투자가가 가진 일부 관심들을 봤을 때 종합적으로 볼 게 있는 것 같은데, 신축적으로 보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당초 오는 7월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매도할 때 과거 5년간 한 번이라도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면 매각금액의 11% 또는 매각차익의 22%(지방소득세 포함) 중 낮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었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장사 주식을 25% 이상 보유할 때만 매각금액이나 매각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다. 지분율 기준이 높다 보니 대상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방안에 대해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세금 부담이 늘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대상자가 많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 중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양도세액을 산정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나 주식 매입 가격 등을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렇게 되면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각금액에 일단 11%를 세금으로 원천징수한 후 추후 투자자들에게 환급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매각할 때 마다 금액의 11%를 일단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거래를 기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글로벌 투자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를 산출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은 지난 19일 “세법 개정안이 MSCI 신흥국지수 내 한국 비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과세 대상자가 많지 않아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 홍콩, 룩셈부르크, 인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브라질, 칠레, 베네수엘라, 페루, 케이맨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한국과 조세협약을 맺지 않은 일부 국가 외국인 투자자만 과세 대상이라는 것이다. 한국 내 거래가 많은 미국과 일본, 중국의 투자자들은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정부는 과세 대상 국가의 외국인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현재도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장사 주식을 25% 이상 보유할 때 양도세액을 산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보다 과세 대상자가 많아져 국내 증권사들이 혼란을 겪을 수는 있지만, 현재 처럼 대상자가 많지 않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증권업계의 반발이 크자 일단 과세 유예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도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해당 법안을 철회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방안은 오는 1월 2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통과해 2월말 경 공포, 7월 시행 될 예정이었다. 김 부총리 발언으로 시행 시기가 당초 계획했던 7월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우려하는 것 만큼 현장에서 과세 대상자가 많을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업계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검토할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