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북극발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원도 대관령은 영하 22.1도, 서울은 영하 16도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 한파는 매서운 칼바람도 불어 체감 추위는 더 심하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에서 긴 패딩코트 차림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대학생 이재원(22)씨는 “버스를 기다리는 몇 분도 괴롭다”며 “특히 귀, 손, 발은 감각이 없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올겨울 최강 한파가 온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 개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 씨처럼 맹추위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해 12월 말부터 1월 현재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IN)에는 “평소 수족냉증이 있는데 양쪽 발가락 부어올라 뜨거운 물에 녹이고 있는데 이거 동상인가요?”라는 질문과 사진이 올라오는 등 동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 저체온증과 동상 등 한랭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작년 12월 10월∼16일 이 기간 한랭질환자는 72명에 달했고, 이달 둘째 주(1월 7일∼13일) 한랭질환자 수는 66명으로 첫째 주(38명)보다 2배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올 겨울 감기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와 노인도 상당수다. 서울 노원구 연세라파의원의 경우 이번 겨울철(2017년 12~2018년 1월) 1일 환자 수가 예년보다 70~80% 증가했다. 한재혁 연세라파의원 원장은 “소아 환자들은 주로 콧물과 기침, 가래 증상을 더 많이 보이고, 성인과 노년층은 이보다는 두통과 몸살이 심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성혁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한랭질환은 온도 외에도 노출 시간, 바람의 강도(체감 온도)와 관계가 깊다”며 “바람이 심하게 불고 대기가 찬 곳에서 장시간 시간을 보내면 자연적으로 피부 온도가 떨어져 동상에 걸리기 쉽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번 겨울, 주의해야 할 질환과 예방 및 치료법을 정리했다.

◆ 영하 날씨에 노출된 피부 ‘동상’, ‘동창’ 위험

만약 영하권 날씨 바깥에서 집으로 들어와 양말을 벗었는데 감각이 없고 얼어붙은 발을 녹이기 위해 따뜻하게 해주자 갑자기 피부가 가렵거나 울긋불긋해지는 것을 경험했다면, 동상에 걸릴 뻔 했다는 신호다.

피부가 오랫동안 찬 공기에 노출되면 ‘동상’이나 ‘동창’ 등의 한랭 피부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동상은 말 그대로 피부 조직이 어는 것이고, 동창은 차가운 기온으로 생기는 염증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두 질환 모두 가벼울 경우 수시간 내 자연 회복되지만 추위에 오래 노출됐을 경우 물집, 괴사를 동반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근처 얼어붙은 강물. 2016년 겨울(1월 26일)보다 42일 일찍 한강이 얼었다.

동상은 영하 2도~영하 10도의 심한 한랭에 노출된 피부 연한 조직이 추위에 얼어 국소 혈액공급이 되지 않아 발생한다. 외부에 노출되는 손이나 발가락, 귀, 코, 볼(뺨)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동상 부위는 창백해지고 밀랍처럼 변한다. 당장은 통증 등 자각 증상이 없다가, 따뜻하게 해주면 조직 손상 정도에 따라 증상이 나타난다. 추위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상도 심해진다. 심한 경우에는 조직이 괴사하거나 물집이 발생한다. 또 조직손상이 발생하지 않은 곳에서도 혈관이나 교감신경 이상으로 인해 지각 이상, 다한증, 한랭과민증 및 조직 이상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

동창은 한랭에 의한 손상 중 가장 가벼운 질환으로, 한랭에 과민한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특히 어린이와 여성이 많다. 초겨울 손가락 등 부분, 발가락, 뒤꿈치, 코, 귀 및 다리 등에 잘 나타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작열감과 함께 피부가 홍색 또는 자색으로 부어오른다. 가려움이나 통증도 동반하고 심한 경우 물집이나 궤양도 발생한다. 수 시간에 걸쳐 나타나며 2-3주 내에 자연소실 된다. 만성적인 경우 매년 추운 겨울에 재발할 수 있다.

◆ 동상·동창, 온도 올려 치료하고 외상 주의해야

동상에 걸렸을 때 최선의 치료법은 보온과 가온이다. 병원에서는 온수조에 동상 부위를 담가 치료하는 ‘급속재가온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유박린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급속재가온법은 37~42℃ 정도의 온수조에서 동상 부위를 담그는 치료로, 피부가 말랑말랑해지고 홍조가 생길 때까지 시행한다”며 “치료에 보통 30~60분이 걸리고, 치료 시 상당히 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진통제를 투여해서 통증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또 동창이 발생하면 그 부분을 따뜻하게 해주고 휴식을 취하게 하며, 니코틴산 (nicotinic acid)이 나니페디핀(nifedipine) 투여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상, 동창 등 한랭 피부질환 치료 후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 하고, 외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물집이 생기더라도 터뜨리지 않아야 세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동상이 심각한 경우 죽은 조직 제거술이나 절단을 시행할 수 있으나 이는 가능한 연기하는 것이 좋다.

◆ 핫팩, 담요 등으로 몸 따뜻하게…만성질환자는 각별한 주의 필요

겨울철에는 외출 시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담요, 핫팩도 체온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이다. 김현중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의 경우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혈관이 수축하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이 높아져 심장과 혈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체온 유지를 위해 옷을 따뜻하게 입고 핫팩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DB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땀에 젖은 옷이나 신발 등을 착용하고 차가운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을 쉽게 빼앗기게 되어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체온이 심하게 내려갈 경우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져 의식을 잃을 위험이 있으며 심장에 무리가 생겨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저체온증이 의심된다면 빨리 젖은 옷을 제거하고 체온 손실을 막아야 한다. 또 마른 담요나 침낭, 핫팩 등으로 환자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병원으로 이송해 정상 체온이 될 때까지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최성혁 고려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이미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하며 부동 자세, 꽉 끼는 옷, 만성 피로, 영양 부족, 흡연, 음주 등은 모두 한랭질환의 유발인자가 될 수 있으므로 삼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상을 예방하려면 한랭에 노출됐을 때 재빠르게 재가온을 하고 고단백질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규칙적인 운동 및 고단위 비타민을 복용하고 금연을 시행해야 하며, 중심체온(core temperature)이 떨어지면 말초혈관수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곳을 포함 전신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실내 생활 늘면서 오히려 감기, 알레르기 증상 늘어

추위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늘었는데, 이로 인해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거나 감기 바이러스에 옮는 현상도 있다. 또 환기를 안 해 탁해진 실내공기로 인해 알레르기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할 수 있다.

한재혁 원장은 “날씨가 춥다보니 바깥 활동보다 실내 생활이 더 많은데, 문제는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지 않다보니 공기 중 떠도는 감기 바이러스로 인해 다른 가족도 감기에 걸려 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평소에는 처방 약을 3~5일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되는데, 이번 감기는 인플루엔자 등 여러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길게는 열흘까지 약을 복용해야 감기가 낫는 경우도 있고, 항생제를 추가해야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6.3도까지 떨어진 24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겨울방학을 마친 학생이 패딩 점퍼에 목도리·마스크·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등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운 날씨 환기를 안 하면서 실내 공기가 탁해지고, 외부 공기와 맞닿는 벽 안쪽으로 습기가 생기기 쉬워 곰팡이가 증식할 수 있고, 알레르기 질환에 매우 안좋은 조건으로 추운 날씨에도 환기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기를 이용하거나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 등 실내 습도를 조절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주영호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특히 알레르기 비염을 가진 사람은 집먼지진드기와 곰팡이 등에 의해 집안에서 더욱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보통 코감기랑 혼동하기 쉬운데,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되면 코점막이 과민반응을 보여 염증성 코 질환이 발생된다”며 “맑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눈의 작열감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코 세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콧속 점액에 모인 염증 매개 물질을 제거하고 섬모 운동을 도와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약물치료로는 경구용 항히스타민제나 코점막에 직접 분사하는 스프레이형 제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주영호 교수는 “국내환자들에게서는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다”며“침구류과 카펫, 인형 등의 섬유에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지 못하도록 기능성커버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며 찬 공기에서는 번식이 억제되므로 겨울철에도 적절한 환기를 통해 집안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