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가상 화폐와 블록체인(blockchain)을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가상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만든 시스템으로, 가상 화폐가 블록체인의 전부는 아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블록(block)'이라 불리는 단위로 데이터를 묶은 뒤 동시에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가상 화폐는 이 블록에 '개인과 개인의 금전 거래 내역'을 저장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에 'A가 언제 B에게 비트코인 몇 개를 줬다'는 데이터만 담는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어떤 정보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해진다. 송금·결제 같은 단순 거래뿐 아니라 선물거래 같은 복잡한 거래와 개인 정보, 물류 유통 기록, 계약, 부동산 소유권 이전 기록 등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를 블록에 담아 저장할 수 있다.

예컨대 물류 블록체인을 만든다면 '이 소고기가 강원도 평창에서 사육된 뒤 도축돼 부산항을 거쳐 어떤 선박을 통해 일본 도쿄항에 왔다'는 내용을 블록에 담을 수 있다. 이 내용은 매 과정 계속 업데이트되고 이에 관여한 모든 사업자에게 공유된다. 블록체인을 통해 소고기의 유통 과정이 더 투명해지는 것이다.

물론 참여자들이 의도적이고 치밀하게 담합해 생산·유통 과정의 일부를 속일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이 정보의 보안과 투명성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특정 항구 관리인이 서류의 원산지나 유통기간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면,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소를 키운 사람·도축한 사람·배로 운반한 업자가 모두 소고기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위·변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전 세계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물류 블록체인은 IBM과 삼성 SDS가 해운·항만 물류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고, 스웨덴은 국가 차원에서 토지 대장을 블록체인에 담으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코닥,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도 각각 사진 거래와 차량 공유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남미에서는 가상 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을 활용한 블록체인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서비스가 4월 출시 예정이다. 개인 대 개인이 직접 대출 계약을 맺고, 이 과정에 신용평가사와 보증인이 수수료를 받고 개입해 계약을 성사시킨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블록체인을 응용한 P2P 대출은 기존 은행처럼 관리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중개 수수료도 더 싸다"면서 "블록체인이 기존 은행의 수입 구조를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