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기 다주택 장관 10명 중 9명 여전히 집 안 팔아
'내로남불' 비판 여론에 부동산 정책 지지∙공감 약해질 듯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 장관들은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어도 아직 불편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나서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불편해질 것”이라며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했지만, 김현미 장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다주택 장관들은 6개월이 되도록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서울 홍은동 주택을 팔아 1주택자가 됐지만, 이번 정부 1기 내각의 다주택 장관 10명 중 9명은 아직 집을 팔 생각이 없어 보인다.

◆ 대통령은 1주택자 돼도 장관은 다주택 포기 안해

조선비즈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서 주택 여러 채를 가진 장관 10명의 주택 소유 현황을 파악한 결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제외한 9명의 장관은 여전히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록 장관은 서울 용산구와 전남 해남군의 아파트 한 채씩을 갖고 있었는데, 8∙2 대책 직후에 해남군에 있는 아파트를 팔고 흔히 말하는 ‘똘똘한’ 용산의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청와대 안에서는 1가구 1주택자가 늘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부터 지난해 12월 서울 홍은동 빌라를 팔아 경남 양산의 단독주택 한 채만 갖게 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최근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를 팔고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익아파트 한 채만 가진 1주택자가 됐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권고’가 집을 판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여전히 경기 고양시 아파트와 연천군 단독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다. 김 장관은 최근 서울 성산동 가좌지구 행복주택에서 열린 주거복지협의체 회의에서 경기도 연천군 단독주택을 매각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방 한 칸으로 된 조립식 건물이고 남편이 일하는 공간”이라고 답해 매각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남구 대치동과 경기 성남 분당구 수내동에 각각 아파트 한 채씩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서울 관악구 연립주택과 서대문구 단독주택, 경남 거제시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송파구 아파트와 경기 양평군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 “언행불일치”…다주택자 집 팔라는 정부, 장관들은 다주택자

정부는 최근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8·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올해 4월부터 중과한다고 밝힌 이후 최근에는 보유세 인상까지 언급하면서 꾸준히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의 1주택자에 대해서도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도 나왔다. 고가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와 다주택자를 주택시장 이상 과열의 원인으로 보고 있고 이들에게 징벌적 규제를 가하면 어느 정도 시장이 진정될 거라고 보는 게 현 정부의 시각이다.

정책을 집행하는 장관급 고위 공직자들이 다주택자로 남을 경우 정책 목표가 퇴색해지는 것은 물론 국민의 공감과 지지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부정적 국민 여론에 부닥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장·차관급 이상 22명 중 15명(68.2%)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나며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고위 공직자들의 행동이 계속 엇나갈 경우 이런 비판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꼭 투기가 아니더라도 다주택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개인 사정이 있었을 텐데 정부가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다 보니 고위 공직자들도 스스로 덫에 걸려버린 셈이 됐다”며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해 올해 4월 전에 집을 팔라고 말한 이상 다주택 장관들이 집을 안 팔게 되면 결국 자가당착이 돼버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