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과거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순회공연에 나설 때 주로 벤츠 버스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벤츠 차량을 하사받는다는 것은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0월 조선중앙TV는 모란봉악단이 벤츠 버스로 순회공연에 나서는 장면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15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모란봉악단이 대대적인 북한 지방 순회공연을 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조선중앙TV가 방송한 내용은 모란봉악단 등 북한 예술인들을 태운 버스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영상이었다. 이 버스 앞면에 벤츠 브랜드임을 알 수 있는 ‘삼각별’ 로고가 달려있었다.

지난해 10월 모란봉악단의 벤츠 버스를 둘러싼 북한 시민들.

이 버스의 정확한 모델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그룹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에 제작된 신형 버스라기보다는 연식이 오래된 구형 모델인 것으로 추정된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헤드램프의 디자인과 전면부, 전체적인 외관 등을 살펴보면 1999년부터 제작된 벤츠의 고급버스인 트라베고나 1997년부터 만들어진 저상버스 시타로와는 차이가 있다”며 “비교적 연식이 오래된 45인승 모델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모델명이나 가격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벤츠의 대형버스 모델 트라베고

현재 벤츠는 국내 시장에 대형버스 판매법인을 두고 있지 않다. 벤츠의 상용차 부문을 담당하는 다임러트럭코리아는 독일에서 11인승 미니버스인 스프린터만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벤츠 스프린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연식이 오래된 구형 모델로 추정되긴 하지만, 북한에서 벤츠 차량을 이용한다는 것은 신임을 받는 특권 계층임을 뜻한다. 김정일, 김정은을 포함해 북한의 최고 권력층이 고급 브랜드인 벤츠를 이용하는 모습이 방송 등을 통해 자주 공개된 바 있다.

지난달 북한 노동당 세보대회장에 신형 벤츠 리무진을 타고 등장한 김정은

김정은은 지난해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참관하면서 벤츠의 대형 세단 모델인 S클래스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달 열린 북한의 노동당 세포대회장에서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를 롱바디 리무진으로 제작한 특수차량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가드에서 내리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전면부와 헤드램프 디자인 등을 보면 지난 2016년 9월 나온 최신형 모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수제작된 풀만가드 리무진은 가격이 10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 리무진

지난 2016년 9월 출시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는 전장이 6.5m에 달하고 방탄 뿐 아니라 폭발 장치 등에도 포괄적인 방어가 가능한 최고급 특수의전 차량이다. 방어를 위해 차체 구조와 외벽 사이에는 특별한 강철이 통합됐고 특수 아라미드(총알받이 섬유)로 설계됐다. 중요한 지점에는 포괄적인 탄도 보호 기능도 적용돼 있다.

지난달 북한 노동당 세보대회장에서 북한 권력 2위 최룡해가 구형 벤츠 리무진에서 하차하고 있다.

벤츠는 북한내 고위직들에게 주는 특별한 하사품으로도 인식된다. 지난달 노동당 세포대회장에서 김정은이 신형 벤츠 리무진 풀만가드를 이용하는 영상에는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가 6세대 S클래스 리무진에서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김정은이 지난해 이동수단을 새 차로 교체하면서 타던 차량을 최룡해에게 물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송월은 김정일 정권 시절부터 북한 대표 예술단체인 보천보전자악단의 가수로 이름을 날렸고, 2012년 김정은의 지시로 창단한 모란봉악단의 초대 단장을 맡는 등 북한 최고 권력층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모란봉악단이 특권층의 상징인 벤츠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현송월의 위상과 지위가 얼마나 높은 지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