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가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평균 4억3900만원, 최대 8억400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초과이익 환수제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부담금 계산법과 시행 방법, 미(未)실현 이익에 과세 정당성 등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970~1980년대 지어진 노후 아파트에서 수십 년을 산 거주자가 집을 팔아 시세 차익을 거둔 것도 아닌데 수억원의 부담금을 내는 게 합리적인 정책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될 가능성이 커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급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대책 안 먹히자 충격 요법"

국토부가 재건축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대상은 재건축조합이 설립되고서 작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곳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평균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되는 단지는 개발 이익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반포주공1단지 3주구'라는 추측이 부동산 업계에서 나온다. 국토부는 "재건축 종료 후 입주 시점의 가격과 집값 상승률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했다"면서 "앞으로 집값이 더 많이 오르면 부담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역대 최강이라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르니 재건축 부담금을 미리 공개해 '충격 요법'을 주려는 것 같다"며 "부담금 액수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커 일부 단지는 재건축 사업이 전면 중단되고, 장기적으로 서울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예고대로 올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시행됨에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 정보 공개 차원에서 부담금 규모를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삼술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재건축 아파트 매수에 나섰다가 5월 지자체로부터 거액의 부담금이 부과되면 더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차익 실현 없어도 수억원 물어야

현행 재건축 부담금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건축을 시작한 시점부터 준공돼 입주하는 시점까지 오른 집값(공시가격) 중 개발 비용과 해당 지역의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금액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식이다. 시장에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재건축 사업이 끝나 최종 입주하는 중도 매수자가 그동안의 시세 상승분에 대한 부담금을 모두 떠안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76㎡는 2015년 말에는 11억4500만원에 거래됐고, 작년 말에는 같은 평형이 17억5000만원에 팔렸다. 가령 2015년에 매입한 A씨와 2017년에 매입한 B씨가 재건축 사업으로 얻은 이익은 6억원 넘게 차이가 나지만, 같은 액수의 부담금을 내는 식이다.

수십 년 동안 실거주하며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시세 차익을 실현하지 않고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서 살아도 수억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개인 재산권을 행사해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새 집에 살고 싶다는 욕구가 국가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발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는 "상가나 재개발 등으로 인한 개발 이득은 놔두면서, 재건축 개발이익만 환수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중 과세 논란도 있다.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 세무사는 "재건축 부담금은 취득 시기와 상관없이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의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데, 집을 사서 팔았을 때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 아파트 수요 여전

정부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한 강력 규제 의지를 밝히면서, 비(非)재건축 단지로 수요가 쏠려 가격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전용 84㎡ 시세가 20억원을 넘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재건축이 끝난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등 이미 관리처분을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대상에서 벗어난 단지들의 몸값이 더 치솟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