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중국에 이은 일본발(發) 호재에 웃고 있다. 중국이 노후설비를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해 철강 가격이 오른데 이어 일본도 경기 회복 영향으로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철강은 줄어드는데, 일본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포스코 직원이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녹인 쇳물을 빼내는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2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철강 물량은 지난해 1~11월 549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특히 후판,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판재류 수입량이 311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 줄었다. 후판은 건물이나 선박에 쓰는 두꺼운 철판이다. 열연을 가공해 만드는 냉연은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활용된다.

반면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 물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조사 결과 2017년 1~10월 일본이 수입한 물량 중 한국산 비중은 38.1%로 가장 많다. 이 비중은 2015년 34.2%, 2016년 37.6%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금액 기준으로 한국산 수입 규모는 23억1000만달러로 2위 중국산(8억7800만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일본이 철강 수출량을 줄이고 수입량을 늘리는 이유는 자국 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시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자동차‧산업기계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다양한 산업에서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신일철주금, JFE스틸, 고베제강 등 일본 주요 철강사들이 물량을 내수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모자라 철강재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품질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인정받고 있는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일본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본 내 중국산 철강 연간 수입 규모는 2014년 17억400만달러에서 2016년 8억9420만달러로 47% 줄었다.

지난해 1월 일본 최대 철강업체 신일철주금 오이타 제철소 후판 공장이 화재사고로 가동을 멈춘 것도 국내 철강업계에 호재가 됐다. 오이타 제철소는 일본 전체 후판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곳이다. 일본 조선소는 부족한 물량을 포스코등 국내 업체로부터 구매해 썼다.

이세경 코트라 일본 도쿄무역관 과장은 “한국산 철강제품이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어 앞으로도 수입이 견조할 것”이라며 “올해도 차세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 수요가 바이어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시장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