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중 서초구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조사됐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이주할 가구 수보다 입주를 앞둔 집이 1만 가구 이상 적은 상황이라 ‘이주대란’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주택 공급 부족이 전·월세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2일 조선비즈가 부동산114와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등의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와 입주 예정 단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올해 강남 4구에서 이주할 가능성이 있는 가구는 총 2만6735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는 이르면 연내에 이주와 철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입주 예정 가구는 이보다 1만 가구 이상 부족한 총 1만5542가구다.

구별로 살펴보면 서초구의 수급 불균형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에서는 3590가구의 반포주공 1단지를 비롯해 경남(1056가구), 신반포 한신 3차(1140가구) 등에서 총 1만4269가구가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입주 물량은 크게 부족하다. 8월에 입주하는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829가구)와 9월에 입주하는 반포 푸르지오써밋(751가구) 등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은 3728가구에 그친다. 최대 1만541가구가 부족할 수 있다.

그래픽=김란희 디자이너

강남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5040가구의 개포주공 1단지를 포함해 7693가구가 이주 대상이지만, 올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850가구의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11월)과 416가구의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4월) 밖에 없다. 결국 최대 6427가구가 부족해 상당수는 다른 지역의 집을 얻어야 한다. 강동구의 경우 총 1046가구가 이주 대상인데 올해 신규 입주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송파구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송파구에서는 진주아파트(1507가구)와 미성아파트(1230가구) 등 총 3727가구가 이주 대상이다. 올해 9510가구짜리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총 1만548가구가 송파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헬리오시티 입주 시기가 12월로 예정된 만큼 연중에는 공급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있지만, 연말 쯤이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강남 4구의 주택 수급 불균형이 해당 지역은 물론 주변 지역 집값과 전세금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초구, 특히 반포 지역 거주자들은 세입자와 소유자를 막론하고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수급 불균형이 일차적으로 이 지역 전세금에 영향을 주고, 이후엔 집값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주 가구의 전세 수요는 이 지역으로 들어오려던 타지역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인근 동작구나 마포구, 성동구 등의 전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도 추진 과정에서 변수가 많아 올해 공급 부족분을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시계를 내년까지 이어서 보면 서초구의 경우 내년 입주 물량이 593가구밖에 되질 않는 만큼 결국엔 공급 부족 여파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이주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함 센터장은 주택 수급이 심각하게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 정부가 이주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재건축 절차에 속도를 내달라는 지역 민원도 많을 것”이라면서 “이런 것들까지 잘 고려해 이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