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화하는 듯 하더니 정부(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지칭)가 또 폐쇄안을 꺼내들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공무원들의 진의를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다.”

“법무부, 청와대, 금융위의 입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번복되기 때문에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시장도 내성이 생겼는지 거래소 폐쇄안 검토한다는 발언에도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듯.”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각 부처마다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로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를 향한 비판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 최종구 “전부 폐쇄·일부 폐쇄 모두 검토”…투자자 화들짝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가상화폐 거래소 일부 폐쇄와 전체 폐쇄 등 다양한 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다 폐쇄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불법 행위가 존재한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입장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자 최 위원장은 “아직 협의 중에 있는 여러가지 안에는 둘 다 들어가 있다”고 답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오른쪽부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오전 가상화폐 대응방안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최 위원장은 “현행 법 하에서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조치를 최대한 할텐데 현재 조사받는 취급업자들의 문제가 상당하다면 그 정도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가 먼저 나올 것”이라며 “전체 거래소를 문 닫게 한다는 것은 입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그 방안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확정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 발언이 전해진 뒤 160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1500만원대, 이어 1400만원대로 떨어졌다. 오후 3시 7분 현재는 전날 대비 9%가량 상승한 14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폐쇄 발언 때와 비교하면 낙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진 징후가 엿보였다. 시장이 요동친 이유는 “폐쇄안을 검토 중”이라는 발언이 최근 정부가 밝힌 방침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며, 불법 행위를 막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국무총리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한 상황이라 폐쇄가 당장 추진되진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정부 당국자 발언이 미묘하게 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1일 이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 이를 위해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투자자들이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그날 거래소 폐지안이 확정된 게 아니라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거래소 폐지 발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살아 있는 옵션”이라고 언급하며 또 한번 상이한 입장을 내놨다.

18일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 흐름

◆ 정부 합의점 도출 먼저 해야

정부 부처마다 섣불리 규제 방침을 밝히기 보다 범정부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화폐 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일 계좌 실명제가 시행되는 것이 곧 규제가 풀리는 것을 의미한다”, 또는 “정치인들이 표심을 고려해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을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 등 각기 다른 해석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도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두둔하는 목소리는 공존한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지금껏 없던 산업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누가 해도 힘들다”며 “육성과 규제를 투트랙으로 간다는 방침은 동의하지만 지금은 규제 부분을 강조해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오랫동안 스터디해 왔음에도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고 빠른 시간 내 정부의 통일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