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과 팍팍한 경제생활에 치이는 20대~30대들은 3포 세대라고 불린다. 일상에 치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들 세대는 온라인에서 스스로를 위로할 방식을 찾아내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좋아하는 연예인과 소통하거나 대화만 나누는 연인 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온라인을 통해 귀엽고 이쁜 반려동물의 팬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랜선애인’ ‘랜선집사’다. 애인이나 연예인, 반려동물을 온라인에서 대리 소비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채널과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등장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 바빠서 ‘팬’은 못하겠고…‘랜선OO’이 대세

방송인 샘 해밍턴의 아들 윌리엄은 방송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랜선이모’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아기 스타다.

‘랜선’은 ‘랜 케이블’을 뜻하는 비표준어다. 인터넷을 유선으로 연결하는 근거리 통신망을 뜻하는 랜(LAN)에 사용하는 선을 의미한다. 기존의 ‘팬(fan)’이란 개념과 비슷하지만 소셜미디어, 멀티채널네트워크(MCN)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과 동영상을 감상하고 채팅, 메신저로 직접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종류는 다양하다. 육아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기의 팬이 되는 시청자들을 ‘랜선이모’, ‘랜선삼촌’으로 부른다. 아이돌 팬들처럼 직접 아기를 만나러 가진 않지만 소셜미디어로 이미지를 소비하거나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랜선여친이나 랜선남친이란 말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남자 연예인을 일컫는 말이다. 인스타그램, V라이브와 같은 소셜미디어로 팬과 연예인들이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더 적극적인 소통 변화를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에서 개인 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이런 별명이 붙는다.

랜선여친과 랜선남친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팬들이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 연예인 사진을 활용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팬들이 직접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올려 소셜미디어를 통해 게시하면 이를 활용한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며 “20대~30대 팬들이 온라인 상 소통에 적극적이고 경제력이 있어 팬들이 찍은 사진을 구매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랜선애인’이란 신조어도 있다. 랜선남친, 랜선여친과 유사하게 사용하기도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온라인 채팅을 통해 온라인에서 만난 이성을 의미한다.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온라인에서만 소통하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

◆ 반려동물 키울 자신 없으면 ‘랜선집사’...새로운 비즈니스도 생겨나

‘랜선집사’ 팔로워 수가 수백만에 달하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인스타그램 계정.

최근 가장 핫한 ‘랜선’ 시리즈은 ‘랜선집사’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키울 수 없거나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MCN을 통해 고양이나 개의 ‘팬’이 되는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집사’라고 부르는 데서 착안해 ‘랜선집사’라는 말이 생겼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동물 전용 계정을 만들어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 ‘Jiffpom’과 고양이 ‘Nala’가 대표적이다. 각각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숫자는 700만명, 350만명으로 합쳐서 1000만명이 넘는다. 유튜브에는 7마리 고양이의 생활을 담은 ‘크림히어로즈’가 구독자 62만명, 고양이 부부와 새끼 영상만 담은 채널 ‘수리노을’이 구독자 35만명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인기가 높은 반려동물은 화보촬영이나 동영상 광고는 물론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용한 협찬광고도 한다. 문구, 팬시 상품도 나와 의도치 않게 사업으로 커지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생겨났다.

반려동물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직장인 이장훈(31) 씨는 “경제적, 시간적 여건을 고려하면 자취생활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고 집에 혼자두기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보면서 관련 상식도 쌓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으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적 여건이 안좋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반려동물이 없지만 온라인으로 대리 충족하며 스트레스를 줄여나가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의식의 중요도가 사회적으로 커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부담을 줄이고 원하는 이미지만 소모하려는 경향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