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 투기열풍을 잠재울 과세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이익과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를 할 때마다 세금을 내고, 거래 과정에서 수익 발생시 또 세금을 물어야 한다면 투기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

1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증권 거래세처럼 가상화폐를 팔 때 1% 미만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거래세와 거래로 얻은 수익에 최대 30~40% 세금을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증권 거래세로 약 5조원을 거뒀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6626억원이었다. 가상화폐의 경우 업비트 거래소 한 곳에서만 이미 일평균 거래대금이 7조원을 넘어서고 있어 비슷한 방식으로 거래세를 부과한다면 연간 수조원대의 세금을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도소득세는 가상화폐로 수익을 많이 낼수록 세금 부담도 커지는 방식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 가상화폐 거래세·양도소득세 검토 “연간 수조원 과세 가능”

정부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거래세, 소득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부가가치세를 매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은 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법인세다.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 여부와 무관하게 이들 방식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가상화폐를 일반자산으로 보면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부과가 어렵지 않고, 거래세 부과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가상화폐를 금융당국이 인정하지 않아도 일본과 유럽처럼 거래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세는 하루 24시간 동안 수십번 단기 거래하는 투기 세력엔 부담 요인이다. 현재 주식을 팔 때는 이익과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거래 금액의 0.3~0.5%(코스피·코스닥·코넥스 0.3%, 장외 시장과 단주·장외거래 0.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에도 이런 거래세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가상화폐에 증권 거래세와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면 연간 수조원대의 세금이 걷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유진투자증권 정호윤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업비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7조원, 빗썸은 약 2조5000억원이다.

증권 거래세는 팔 때만 부과되고 살 때는 부과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거래대금 절반을 매도로 볼 경우 업비트 거래소 한 곳에서는 일평균 약 105억원, 연간 약 3조7800억원(일평균 매도금액 3.5조원에 거래세 0.3%)의 거래세를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세의 매수량과 매도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서 추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지금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단순하게 증권 거래세의 방식과 세율을 도입해 계산하면 증권 거래 세금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은 있다. 이에 따라 증권 거래세와 세율을 똑같이 할 것인지 좀 낮출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국세청

가상화폐 양도소득세 방식으로는 일본식 방식이 거론된다. 일본처럼 가상화폐 거래 수익을 복권당첨금 같은 기타소득으로 보고 5~45%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별도의 세율로 세금을 매길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복권당첨금에 대해 최대 30%까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 수익이 많아질수록 세부담이 커지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법인세는 거래소의 이익에 대한 과세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들은 사고 파는 거래대금에 대해서 0.139~1%의 수수료를 부과해 돈을 벌고 있는데, 업비트와 빗썸의 일평균 수수료 수익이 각각 35억5000만원과 25억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거래 추세가 이어질 경우 각 거래소당 수수료 수익이 연간 1조원 규모다.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 관련 법인세 신고가 올해 상반기에 이뤄지기 때문에 탈세 여부 등을 유심히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또 거래소가 아닌 일반 회사들이 가상화폐를 보유해 순자산이 증가해도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

정부는 부가가치세 부과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으로 가상화폐를 재화로 보고 물건을 사는 것과 같이 취급하면 구매시 10%(현행 부가가치세율)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를 100만원 사면 10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일본도 가상화폐를 살 때 8%의 소비세를 부과하다가 지난해부터 폐지했다.

그러나 부가세의 경우 세금 부담이 너무 크다. 업비트의 경우 일평균 거래대금 7조원 중 절반인 3조5000억원을 매수금액으로 가정하고 10% 세금을 부과하면 일평균 부가세만 3500억원, 연간은 125조원에 달한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은 이러한 세금 부담을 이유로 모두 가상화폐에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호주는 가상화폐에 부가세를 부과하자 세금 부담을 이유로 거래소들이 영국으로 이전하자 관련 제도를 폐지했다.

가상화폐 부가세 부과와 관련해서는 가상화폐를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란도 있다. 또 가상화폐로 물건을 구입할 때 이중 과세 문제도 발생한다. A씨가 거래소에서 매입한 가상화폐로 의자를 산다고 가정하면, A씨는 가상화폐 매입시 부가세 10%를 내고 의자를 살 때도 또 부가세를 10% 물어야 한다.

◆ 정부, 세원 파악과 적절한 과세 규모 찾기 ‘고민’

정부가 가상화폐 과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원 파악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등록제로 운영하거나 등록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각 거래소에 거래 내역 제출을 강제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과세가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세금 부담이 너무 커지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거래소의 거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세원 파악을 위한 장치도 함께 논의하면서 적절한 과세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