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의 부동산·건설 담당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8월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8.2대책을 내놓을 당시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강세장을 점치는 전문가들조차도 “숨 고르기를 하고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던 시점이다. 채 애널리스트는 “다주택자 전부를 타깃으로 한 정책은 임대시장 영향 등 부작용이 많아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주택매매 월간 매매 가격지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서울 지역 집값은 7월 말 대비 3~5%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시세가 더 오르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채 애널리스트가 지난 10일 발간한 ‘신도시 건설 35년, 패러다임의 변화에 투자하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지난주 베스트 리포트로 뽑혔다(와이즈에프엔 선정). 그를 지난 16일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에서 만났다.

- 리포트에 앞서 부동산 얘기를 하고 싶다. 8.2대책 발표 때도 상승을 외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흔히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8.2 대책은 안 통할 것으로 봤다. 다주택자는 투기자일 수 있지만 임대시장의 공급자이기도 하다. 임대시장에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또 최근 ‘똘똘한 한채’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하는데, 다주택자 입장에선 제일 인기 있는 지역은 놔두려고 한다. 최근 서울 집값만 오른 것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상승은 실수요자들이 일으키는 상승이다. 신축, 혹은 신축이 될 재건축만 가격이 오른다. 모두 실제 살고 싶은 곳을 매수하기 때문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

- 올해는 어떻게 보는지.

“올해도 상승한다. 전국 기준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3%대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이는 2015년만큼의 강세장이다. 서울은 5%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고, 지방이 1~2% 사이다. 지방의 경우엔 마이너스 나는(하락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 다만 최근 기획재정부 발언을 보면 지방 선거 전에 변곡점이 한번쯤은 올 것으로 본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4월 되면 양도세가 많이 올라 거래도 잘 안 될 것이다. 강남에 40평대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보유자가 가장 많이 위험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근에 생각이 좀 바뀐 것이 있다. 베스트 리포트에 뽑힌 이 리포트를 쓰려고 조사하다가 바뀐 것들이 있다.”

- 바뀐 생각이 무엇인지.

“요즘 대부분의 전문가가 서울만 오른다고 한다. 서울 지역의 똘똘한 한채라는 표현을 쓴다. 전부 기승전서울이다. 하지만 계속 이런 흐름이 나올까. 문재인 정부에서 이렇다 하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GTX만 해도 그렇다. GTX A노선(파주~동탄)은 2월에 사업자를 선정하고 연내 착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초고속교통망이 깔리면 사실상 업무지구가 서울 밖으로 나간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니까. 여태까지 베드타운에 불과했던 곳이 업무지구라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갖게 되는 셈이라 동탄, 송도, 운정 등 수도권 광역도시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본다. 미분양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공포감이 극에 달할 시점이 투자 시기다.

또 하나, 정부가 초고속교통망을 깔아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영동대로의 경우 길이 좁은 것도 아닌데 항상 막힌다. 서울 시내 주차장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이런 큰 틀에서 고민하는 것 같은 ‘촉’이 온다.”

- 리포트 얘기로 돌아가서, 표지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데.

“1981년 전두환 신군부는 수도권 인구 폭증에 따른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택지개발촉진법을 시행한다. 이 법의 골자는 택지지구에 지정되면 공청회 없이 택지를 정부가 수용하는 초법적 권한이었다. 20여개의 규제가 ‘프리 패스’였다. 이렇게 해서 개포지구, 고덕지구, 목동지구 등이 개발됐다. 하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 들어 택촉법 폐지가 발표됐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택지개발 방식이 아닌 도시개발방식, 그리고 도시정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두 대통령을 표지에 담았다.”

리포트 표지

- 도시개발을 짧게 설명해달라.

“신도시 건설을 위한 법이 택촉법이라면, 도시개발사업은 이름 그대로 도시권역을 개발하는 것이다(도시계획법). 한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것이 2009년이다. 그전에는 집이 모자라 주거문제 해결 차원에서 신도시를 지었다면 이제는 도시의 기능을 다양화하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여기에 교통망까지 얹는 것이다. 서울시 마곡지구, 경기도 배곧신도시 등이 이같은 경우다. 택지 개발과 달리 도시 개발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된다.”

- 그런데 도시개발이라는 화두가 건설주 대형 호재로 보기엔 약한 느낌은 있다.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해외 시장 개척 등에 비하면 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올해 도시개발과 광역 철도 등으로 국내 건설 수주가 1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국내 철도는 정부 중심이었다. 역대 민자 투입비가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3차 국가철도망 계획상으로 민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7조원, 2021년부터 2025년까진 12조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한다. GTX A노선과 B노선, C노선,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이 건설되면서 민자가 크게 확대되는 것이다. 도시개발은 건설주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할 것이다. 추천주는 도시개발과 GTX 연계 사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000720), 태영건설(009410)이다. 그동안 소외됐던 지방 중소형 건설사도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도시개발사업은 브랜드보다 지자체와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경남, 경북, 충남, 충북의 지방 건설사의 실적이 개선 추세다.

또 토목시장의 성장으로 골조용 기업이 많이 성장할 것으로 본다. 유진기업(023410)KCC(002380), 시멘트업종도 업황이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