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온 한국 스타벅스가 금융권에서 빌린 차입금 900억원을 단숨에 갚았다. 임대료 상승 부담에도 매년 25%씩 성장,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덕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 부담을 상쇄할만큼 현금흐름의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한 미국 스타벅스, 외국계 커피전문점에 밀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카페베네 등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11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 18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장수 1100개 돌파 '공격적 확대'하면서도 순차입금은 944억→40억으로 낮춰
외형 확대와 함께 내실도 탄탄히 다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4년말 순차입금이 944억원까지 증가했다. 2013년부터 연간 100여곳을 신규 출점하는 등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렸기 때문이다. 2010년 327곳에 불과했던 매장을 2013년 500개로 늘리면서 1년안에 갚아야하는 단기차입금이 600억원 넘게 증가했다.

3년도 안돼 스타벅스는 빌린 돈의 96%를 상환했다. 작년 9월말 기준 스타벅스코리아의 순차입금은 약 40억원이다. 그렇다고 신규 출점을 줄인 것도 아니다. 2016년에는 1000호점을 돌파했고 작년말 기준 1140곳으로 늘었다. 스타벅스 매출도 최근 5년간(2013~2017년) 평균 25%씩 증가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 확대로 단시간∙저임금 근무인력 비중이 높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인건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성장세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15년부터 외형성장에 힘입어 이익이 대폭 늘면서 차입금을 대거 상환했다”며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특성상 인건비나 임대료 같은 비용이 전체 비용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금흐름이 좋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 뚝심 통했다
스타벅스의 고속 성장은 유통업계 노하우가 있는 신세계와 합작하며 현지화 전략에 승부를 건 것이 주효했다. 이마트(139480)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절반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유학생활을 통해 스타벅스를 접하고 국내 진출을 끌어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유행, 분위기에 민감한 한국 고객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펼쳤다. 올초 한정으로 판매된 스타벅스 럭키백은 5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수많은 럭키백과 음료 쿠폰 인증샷 등이 올라왔다.

정 부회장의 뚝심도 통했다는 평가다. 전문경영인을 믿고 장기간 경영을 일임함으로써 스타벅스코리아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석구 대표는 조선호텔에서 스타벅스 CEO로 이동한 2007년부터 10년 넘게 경영을 맡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부진한 실적으로 고전하는 미국 스타벅스와 비교된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며 미국 증권시장에서 찬밥 대우를 받았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모바일 주문 서비스와 경쟁 심화로 스타벅스의 실적이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봄까지 차(茶) 전문 매장인 티바나 매장 379개를 전부 폐쇄하고 33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스타벅스가 맥도날드와 같은 저비용 커피 판매 업체에 밀려났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스타벅스코리아는 향후에도 점유율 유지∙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신규 출점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브랜드 인지도나 점포 경쟁력 등에 기반한 점포별 질적 성장 등에 힘입어 양호한 외형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