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에서 2400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반토막 났다. 4000원을 웃돌던 리플 시세는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대신 30~40%에 이르던 ‘김치 프리미엄(한국의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 거래소에 비해 높은 현상을 일컫는 용어)’은 크게 줄어들었다.

가상화폐 시세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하자 주식시장의 가상통화 관련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가상화폐 시세(1월 17일 오후 12시 45분 기준)

17일 오후 12시 45분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은 전날(24시간 전)보다 547만5000원(30.47%) 하락한 124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쯤 2400만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락한 셈이다.

같은 시각 시총 2위 리플도 전날 대비 1007원(44.71%) 떨어진 1245원에 거래 중이다. 리플은 한때 10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4000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던 이달 초에 비하면 거의 25%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가상화폐 시세 급락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이슈가 거론된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입장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의견과 코스닥시장으로 투자금이 대거 이동했을 것이라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1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만기일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날 CBO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20% 급락하면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만기일은 오는 26일이다.

김치 프리미엄도 크게 낮아졌다. 현재 미국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는 비트코인이 1만652.70달러(약 113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 시세(1249만원)의 약 90% 수준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10%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의미다.

지난 8일 코인마켓캡은 트위터를 통해 한국 시각으로 1월 8일 오후 2시를 기해 한국 거래소들의 시세를 통계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코인마켓캡은 전세계 7600여개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 1386개의 시세를 집계하고 있다. 당시 결정으로 국내 거래소인 빗썸·코인원·코빗의 시세가 코인마켓캡 통계에서 빠졌다.

코인마켓캡은 “한국과 다른 국가 가상화폐 거래소간 가격 차이가 극심하다”며 “가상화폐 평균 가격을 더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코인마켓캡의 주요 가상화폐 시세(1월 17일 오후 12시 45분 기준)

가상화폐 시세 부진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가상화폐 관련주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17일 오후 1시 10분 기준 코스닥시장에서 비덴트는 전날보다 3800원(19.29%) 하락한 1만5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옴니텔도 1130원(15.05%) 떨어진 6380원에 거래 중이다.

비덴트는 방송장비 제조업체고, 옴니텔은 모바일쿠폰 업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로 더 유명하다.

약세를 보이는 종목은 비덴트와 옴니텔뿐만이 아니다. 옴니텔 최대주주인 위지트(036090)도 전거래일 대비 190원(9.9%) 하락한 1730원에 거래되고 있고,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041190)도 1580원(16.92%) 떨어진 7760원에 거래 중이다.

또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가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대성창투(027830)도 각각 575원(15.86%), 215원(7.01%) 하락한 3050원, 2850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코인원 관련주로 분류된 퓨쳐스트림네트웍스도 3%대의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