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운용 전문가 1명이 이직하면 대체 인력 뽑는데 두세 달은 기본이에요. 리츠 시장이 커지면서 몸값이 올라가 '모셔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16일 만난 한 자산관리회사(AMC) 관계자는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리츠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중소 업체는 자산 운용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회사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가 위탁한 부동산 자산을 운용하는데, 관련법상 자산 운용 전문가를 5명 이상 고용해야 한다. 리츠는 여러 명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을 발행(공모)하고,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 등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회사이다. 작년 말 기준 리츠 업계에서 일하는 자산 운용 전문가는 200여 명뿐. 업계 관계자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적고, 새로 진입하는 회사는 늘면서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츠 업계에 '구인난(求人難)'이 심해진 것은 최근 리츠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2014년 리츠 시장 전체 자산 규모는 15조원이었는데 3년 만에 두 배가 넘는 31조8000억원(작년 11월 기준)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리츠 수는 98개에서 191개로 배가 됐다. 부동산 신탁회사가 중심이던 시장에 자본력이 튼튼한 대형 금융사와 건설사 등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작년에 인가한 리츠자산관리회사는 HDC자산운용, 신한리츠운용, 디앤디인베스트먼트 등 세 곳인데 모두 금융사나 대기업이 모기업이다.

◇소액 투자 가능, 평균 수익률 6%

리츠는 소액의 투자금으로 대형 부동산 상품에 간접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중심지인 광화문 일대에 있는 대형 오피스 빌딩에 개인이 투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리츠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가 자금을 모아 이 빌딩을 사들이면,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임대 수익을 나눌 수 있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작년 리츠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6%로 일반 은행 예금 금리의 2~3배는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 등 은퇴자가 늘면서 연금처럼 안정적인 부동산 임대 수익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서 "전문 지식 없이 삼삼오오 모여 건물에 투자하는 것보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리츠가 훨씬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임대주택 리츠가 활성화되고, 도시재생 사업에도 리츠 방식이 도입되는 것도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실제 작년 기준 리츠 자산 중 주택 비율이 50%를 넘는다.

◇금융사·대기업 등 잇따라 진출

자금력과 자산 운용 노하우를 가진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리츠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는 배경엔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간접 투자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말부터 리츠 자산관리회사와 부동산펀드 자산운용사를 함께 경영하는 게 허용되고, 작년 6월 금융지주회사가 리츠 자산관리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것도 영향을 줬다. 작년 10월 업무를 시작한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 신한리츠운용은 자본금이 300억원으로 자산관리회사 설립 최소 기준인 자본금 70억원을 훌쩍 넘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 거대 부동산 자산운용사들도 리츠 자산관리회사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NH농협금융지주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리츠 사업을 검토 중이다.

주택 경기 둔화와 해외 사업 부진 등이 고민인 대형 건설사들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리츠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2016년 설립된 대림AMC는 대림산업이 지은 아파트로 임대 사업을 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과거 건설사는 아파트나 빌딩을 짓는 데만 머물렀다면, 이제는 운영·관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SK 계열 부동산 개발회사 SK디앤디(D&D)가 세운 리츠 자산관리업체 디앤디인베스트먼트는 1~2인 가구 중심의 임대주택 사업을 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도 HDC자산운용을 운영 중이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정부도 부동산 금융 시장을 키우는데 적극적인 상황이고, 대형 업체들이 신사업으로 리츠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