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올해 신규 상장을 늘리기 위해 여러 장치를 고안하고 있다. 기관투자자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코너스톤 인베스터(초석 투자자) 제도’를 도입하고 자본시장이 선진화된 특정 국가 소재 기업에는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 등 신규상장 확대 방안을 2018년 사업계획에 담았다.

◆ 코너스톤 제도, 가격 산정 기능 높이고 주관사 실권주 부담 해소

코너스톤 제도는 IPO(기업공개) 수요예측 이전에 기관투자자 등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 산정 기능을 높이기 위해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도입했다. 특히 일반인 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신성장 기업에 대한 가격 산정에 유용하다. 수요예측 이전에 기관투자자가 우선 배정받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 등 투자 판단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

현재는 수요예측 전 희망공모 가격대(밴드)를 설정하는 대표 주관사가 적정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아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기관투자자들이 현재는 수요예측 때 희망가격을 제시하고 전체 공모 물량의 60%를 배정받고 있는데 이는 수요예측 참여자가 늘수록 배정 물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 때는 과도한 물량을 주문하고 실제 공모주 청약에는 불참하는 허수가 많아져 수요예측의 정확성은 떨어지고 공모가격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를 통해 수요 예측 전에 미리 기관투자자들에게 공모주를 팔면 적정 공모가격을 알아내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코너스톤 인베스터로 참여하는 기관은 수요예측 가격 결정 이전 확보한 지분을 일정기간 의무 보유해야 한다. 주관사로선 청약 미달 물량(실권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다.

코너스톤은 지난해 10월 금융투자협회가 업계 의견과 내부 연구를 종합해 제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IPO 관련 제도 개선 방안'에도 담겨있었다. 거래소가 증권업계의 제안을 반영한 것이다.

거래소는 코너스톤 제도를 4차 산업혁명 등 특정 업종 기업으로 한정할지 등 도입 범위를 논의 중이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 국가별 상장 문턱 차별화…‘적격국가’ 소재 기업에는 진입 요건 완화

거래소는 지난해 급감한 해외 기업 상장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별 상장제도 차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6년만 해도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 그레이트유한공사 등 7곳의 해외 기업이 상장하면서 추가 유입의 기대감이 컸다. 거래소도 해외 기업 상장을 위해 전담 조직까지 꾸리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상장을 완료한 곳은 컬러레이 한 곳에 그쳤다. 상장 폐지된 중국원양자원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중국 기업 몇 곳은 상장 심사 신청까지 해놓고 이를 자진 철회하는 등 위축된 분위기로 흘러갔다. 특히 중국 기업의 IPO 때는 신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까다로운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해당 국가 자본시장의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적격국가’와 ‘비(非)적격국가’를 나누고 적격국가 소재의 기업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는 진입 요건을 완화해 주는 차별적 상장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홍콩 등 해외 거래소가 도입한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경우 해당 국가의 상법, 투자자보호제도 등을 분석한 후 자국 주식시장에 상장하기에 적합한지를 가려 상장적격국가 타이틀을 부여한다. 우리나라도 2012년이 돼서야 상장적격국가 자격을 확보했다. 거래소는 이 방안의 구체적인 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지만 비적격국에는 지금과 같이 중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