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오는 15일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 입금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코빗, 이야랩스에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들 거래소에서 신한은행 계좌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15일부터 추가 입금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2일 “일단 정부 정책에 따라 가상계좌 입금을 금지했고 이달 말 도입하려던 실명확인시스템도 잠정 연기했다”며 “금융당국의 지침이 정해지고 실명확인 시스템이 가동되면 실명 확인 계좌에 한해 입금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겠다며 특별법 제정 카드까지 들고 나오자 투자자는 물론 가상화폐 거래소에 거래계좌를 제공해 온 은행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의 주문에 따라 은행들은 오는 20일쯤 가상화폐 거래계좌에 대한 실명확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5일쯤으로 예정됐던 금융당국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업무 가이드라인' 제정이 늦어지면서 은행권의 실명확인 시스템 가동 계획도 잠정 중단됐다.

금융당국은 당초 8~11일 6개 은행에 대한 가상계좌 자금세탁 방지 의무 준수 등을 검사한 뒤 이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예정이었으나 검사 기간이 일주일가량 연기되면서 가이드라인 제정도 늦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6개 은행에 대한 가상화폐 계좌를 검사하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절차가 미흡했던 점도 드러나고 있어 검사를 연장해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에 대한 입금 금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입금금지를 언제해야 할지에 대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산업은행(5월), 국민은행(7월), 우리은행(12월)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주요 은행이 잇따라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에 대한 입금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정부가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해 실명확인 계좌를 통해서만 가상화폐를 거래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지침에 따라 은행들은 가상화폐 실명확인시스템 구축 작업에 착수했고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이달 20일쯤 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실명확인 시스템이 구축되면 기존 가상계좌 서비스를 이 시스템으로 교체하겠다는 게 은행들의 계획이었다. 우리은행은 은행 주전산 시스템 교체작업 때문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만들 여력이 없어 가상계좌 서비스를 폐쇄했다.

금융위는 이달말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은행들의 실명확인 시스템도 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월 중 실명확인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기존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지원단 점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11일)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것은 총리실 산하 태스크포스(TF) 내에서 논의되는 법무부 안(案)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추진” 발언에 대해서 여러 규제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가상화폐에 관해서 정상에서 벗어난 투기 과열 현상이 있어 정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든 관계 부처가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리실에서 TF를 만들어 관계부처 차관들이 합리적 수준의 바람직한 규제를 협의하고 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