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공동 개최한 '후원 기업 신년 다짐회'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많았습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전경련을 탈퇴했던 주요 회원사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참석한 것이죠.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LG그룹, SK그룹의 고위 관계자가 모두 참석했습니다. 전경련은 "우리가 조직위로부터 평창올림픽 후원 기업 명단을 받아 연락했다"고 말했지만, 재계는 "전경련이 불러 전경련 탈퇴 기업들이 왔겠느냐"며 냉소하고 있습니다.

행사 내용을 둘러싸고도 재계에서는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후원사들을 대표하는 경제계 지도자들이 모두 와 있는데 기왕 신세를 진 김에 한두 가지만 더 부탁을 드리겠다"며 "올림픽 티켓 판매율이 65%인데 아직 조금 더 갈 길이 남았다. 조금 더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국무총리가 국가적인 행사인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닌 전경련 회관에서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표 구매를 부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계 시선이 싸늘합니다. 한 참석자는 "전경련의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사태로 우리는 선의로 한 후원 활동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며 "그런데 또다시 전경련에 기업을 불러놓고 후원을 부탁하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총리는 이인용 삼성사회봉사단장(고문)을 지목하며 "방송인 출신이니 더 잘 알 것이다. 초반 경기에 대한 관중의 반응과 규모, 이것이 성패를 가른다"며 첫날 개막식 스탠드에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친근함의 표현으로 이 고문을 거론했겠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합니다. 삼성은 전경련에 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냈고, 검찰은 이것을 뇌물로 간주해 이재용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를 줄줄이 기소해 재판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총리가 대기업 임원들을 불러 평창 티켓을 사라고 무언의 압박을 한 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벌 개혁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기업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