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는 우주 미아(迷兒)가 된 여성 우주인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허블우주망원경 수리 작업을 하던 주인공은 갑자기 날아든 인공위성 파편들이 우주선과 충돌하면서 우주공간으로 이탈하고 만다. 실제로 최근 우주를 떠돌던 위성 파편이 국제우주정거장 유리창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무리 작은 파편이라도 시속 2만5000㎞가 넘는 속도로 달려들기 때문에 자칫 중요 장비와 충돌했다면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2012년 국제우주정거장은 우주쓰레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궤도를 1㎞ 옮기기도 했다.

우주 선진국들이 우주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주 공간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주탐사는 물론이고, 인공위성이 제공하는 통신과 내비게이션, 기상예보 등 일상을 좌우하는 기술들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 이래 수많은 로켓과 인공위성, 이들의 파편들이 지구 주위를 떠도는 거대한 쓰레기장을 만들었다. 최근 로봇팔과 작살, 그물에 전기 채찍, 도마뱀 테이프까지 우주쓰레기를 처리할 다양한 청소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우주청소 4종 세트 갖춘 위성

다음달 영국 서리 새틀라이트 테크놀러지사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는 스페이스X의 화물선에 세탁기만 한 크기의 '리무브데브리스(RemoveDEBRIS)' 위성을 실어 보낼 예정이다. 서리 새틀라이트 테크놀러지는 위성 기술로 유명한 영국 서리대에 설립됐으며, 지금은 에어버스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리무브 위성은 지금까지 개발된 우주쓰레기 청소 기술들을 실험한다. 먼저 위성 한쪽에 탑재된 벽돌만 한 크기의 초소형 위성을 우주공간으로 보낸다. 리무브 위성은 우주쓰레기 역할을 맡은 초소형 위성이 7m 거리로 떨어지면 그물을 발사해 포획한다. 우주쓰레기를 포착하는 기술도 실험 대상이다. 카메라와 레이저로 우주쓰레기 역할을 맡은 초소형 위성의 크기와 모양을 파악하는 훈련을 한다.

세 번째는 작살 시험이다. 위성 상단 한쪽에서 10㎠ 면적의 과녁을 단 길이 1.5m 로봇 팔을 뻗고 여기에 작살을 쏘아 맞히는 시험을 한다. 마지막은 다양한 청소 기술로 포획한 우주쓰레기를 최종 처분하는 실험이다. 위성은 탄소섬유 재질의 활대를 펼쳐 10㎡ 면적의 돛 구조물을 만든다. 위성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일종의 브레이크 장치다. 위성이 지구 대기권으로 낙하하면서 마찰열에 불타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다.

서리대 우주센터의 구그리엘모 아그리에티 소장은 "우주 개발국들이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은 25년 내 우주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폐기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향후 각국 정부가 우주 청소 기술의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팔 단점 극복할 신기술들 개발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 - 지구 주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들을 없애는 다양한 청소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가 개발한 로봇팔.(위)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 중인 보자기 형태 위성.

우주 청소부 위성 개발은 이전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진행돼 왔다.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는 인형 뽑기 기계에 들어가는 발톱 모양 로봇팔로 우주쓰레기를 붙잡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로봇팔이나 작살이 조금만 힘을 잘못 줘도 우주쓰레기를 붙잡기는커녕 전혀 다른 곳으로 날려버릴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로봇팔의 문제점을 도마뱀의 발바닥으로 해결한 기술을 발표했다. 우주는 진공이라 빨판을 쓸 수 없다. 접착물질도 우주의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견디지 못한다. 반면 도마뱀은 발바닥에 나 있는 미세털을 이용해 접착물질 없이도 벽에 거꾸로 매달릴 수 있다. 연구진이 자유낙하하는 항공기에서 우주와 같은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도마뱀 발바닥을 모방한 테이프를 단 로봇 집게는 공중을 떠다니는 물체를 힘들이지 않고 붙잡을 수 있었다.

새로운 방식의 포획 장치도 나왔다. 2016년 말 일본은 H2B로켓으로 '고우노토리' 위성을 발사했다. 황새라는 뜻의 이 위성에는 일본 그물 제조사 니토 세이모의 도움을 받아 만든 전기 채찍이 장착됐다. 전기가 흐르는 채찍으로 우주쓰레기를 붙잡는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길이 700m의 채찍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바람에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지상에서 우주쓰레기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우리 위성에 위협이 되는 우주쓰레기를 직접 제거하는 기술도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