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노동시장 한파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공무원 채용 확대 등 정부 정책의 부작용이 고용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석달 연속 20만명대로 저조했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4%)을 앞두고 도소매 판매업과 음식·숙박업, 일용직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다. 20대와 60대, 일용직, 서비스 부문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취업자수 증가폭은 25만3000명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청년실업률도 지난 11월에 이어 9.2%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12월 통계를 종합한 지난해 전체 청년실업률은 9.9%를 기록해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 인구 중 고용 상태인 인구의 비중을 보여주는 15~64세 고용률은 66.5%로 전년 동기대비 0.2%포인트 상승했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42.0%로 같은 기간 0.3%포인트 하락했다. 고용한파 여파가 20대 청년층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 취업자수 석달 연속 20만명대…음식숙박업·일용직 취업자 급감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만3000명이 늘어난 2733만6000명을 기록했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8월 21만2000명까지 떨어진 뒤 9월(31만3000명) 반짝 상승 후 20만명대를 석달 연속 유지했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3개월 연속 20만명대에 그친 것은 지난 2016년 2~5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취업자 증가폭은 월 평균 30만명대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과 정책당국의 시각이다.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그만큼 저하됐다는 의미다.

12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20만명대에 머무른 이유는 서비스 업종 취업자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대비 각각 4만9000명과 2000명씩 줄었다. 이 부문의 취업자수는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증가 추세였지만 하반기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음식숙박업의 경우 지난 11월 취업자 감소폭이 1200명이었지만 12월에는 4만9000명으로 확대됐다. 도소매 판매업은 11월 1400명 증가했지만 지난달에는 1200명 감소로 돌아섰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의 취업자수 증가폭도 지난해 하반기 급격히 감소했다. 2016년 6월 35만7000명에 달했던 해당 부문 취업자수 증가폭은 지난해 12월 9만4000명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들 서비스 부문에는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몰려있다. 서비스 관련 사업주들이 올해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덜기 위해 고용을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재호 과학기술교육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시장 영향은 제도 시행 이후 3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건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음식숙박업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은 업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고용인원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지표로 보인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통계를 봐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하기 위한 고용 조정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 등이 포함된 일용직 취업자수는 지난달 4만9000명 줄었다. 취업자 감소폭이 11월(3000명)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음식숙박업에서 취업자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일용직 취업자 감소에 큰 영향을 줬다”면서 “음식숙박업은 지난해 7월부터 지속적으로 취업자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에 대해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실업자 증가폭 절반은 20대…"최저임금 상승폭 조정해야"

고용 한파는 20대에 집중됐다. 12월 실업률은 3.3%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청년층 등 20대 실업률은 9.2%를 기록하며 지난 11월(9.2%)에 이어 고공행진했다. 지난해 연간 청년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인 9.9%를 기록했다.

서울시내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 이용객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있다.

실업자수는 9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86만7000명)와 비교해 4만8000명 늘었다. 이중 20대(39만5000명) 실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2만9000명 증가해 전체 실업자 증가폭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은 21.6%에 달했다. 청년층 10명 중 2명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실업 상태인 것 처럼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대의 경제활동인구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 또한 줄어들고 있고, 2차 베이비붐 세대로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인구가 많은 20대 후반에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공무원 시험 응시인원이 늘어난 것도 실업률 상승에 일정부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도 “공무원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이 본격화된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인원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을 대비하기 위한 고용조정이 20대들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 등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주는 충격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재호 교수는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20만명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만약 정부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10% 이상의 높은 최저임금인상률을 고집한다면 하반기에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면서 “7~8월 중 결정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5~6%로 낮춰서 ‘최저임금 3년내 1만원’ 공약을 수정하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민간의 고용창출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