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이정동(51·산업공학과·사진) 교수는 주식회사 일본의 부활을 해석하는 키워드로 '묵은 별빛'을 제시했다. "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지금 막 나타난 것 같지만, 사실은 수십·수백만 광년(光年) 떨어진 곳에서 오래전 출발한 '묵은 빛'을 이제야 보고 있는 겁니다. 일본 기업의 부활도 마찬가지죠."

이 교수는 "소니, 파나소닉이 되살아난 것은 그간 축적해온 숱한 시행착오와 기술 경쟁력 때문이지 최근 5~6년 만의 변화로 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엔저(円低), 친(親)기업적인 '아베노믹스'와 같은 대내외 환경 변화와는 별개로, 일본 기업의 끈질긴 '기술 집착'에 한국 기업들의 해법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은 당장 급하니까 뜨는 업종에서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시도는 번번이 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업 다각화를 하더라도 '연관 다각화'를 해야지 '비(非)연관 다각화'는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갖고, 더욱 깊이 파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기는 방법"이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시행착오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그는 "최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할 때도 단순히 비즈니스 관점이 아니라, 암묵지(暗默知) 같은 시행착오의 경험을 살리고 유지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부는 예산을 쓸 때 기업들이 기왕 해야 할 경험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벌어진 시행착오를 품어줘야 합니다. 이것이 민간이 어려울 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