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지구 고갈로 일감 부족에 허덕이던 국내 건설·부동산 업체들이 연초 경기도 과천에 총집결했다. 이달 말 입찰하는 과천정보지식타운 용지 공급에 40여개 건설사가 참여한 것이다. 특히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용도의 2개 블록 입찰에는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가 거의 다 참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과천 알짜 부지가 감정가격에 공급되는 만큼, 낙찰만 받으면 최소 두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중견 건설사들의 합종연횡

과천정보지식타운은 과천시 남쪽 갈현동·문원동 일대 시(市) 소유 그린벨트 135만㎡에 2016년 말부터 조성 중인 비즈니스·교육·문화·주거기능 복합 도시다. 전체 면적은 서울 여의도 절반 정도. 과천시와 경기도시공사는 이 땅 중 산업용지(22만㎡) 26개 용지에 대해 작년 11월 입찰 참가 신청을 받았다. 건설·부동산 기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 총 441개 기업이 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입찰은 부지 공급 가격을 미리 정해놓은 상태에서 참여자들의 기업 현황과 재무 능력, 사업계획 등을 평가해 낙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고가 입찰이 아닌 데다,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된 공급 가격 자체가 시세보다 저렴해 건설사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격전지는 지식산업센터 용지인 3블록과 8블록이다. 지식산업센터를 건설해 곧바로 분양할 수 있는 땅으로, 10대 건설사 중 8개사가 이 두 곳에서 경쟁 중이다.

건설사들 "택지 부족 속 가뭄의 단비"

우선 3블록은 1만3866㎡ 규모다. 축구장 2개에 약간 못 미치는 부지에 119개 업체가 참가의향서를 냈다. 입찰에 참여한 A사 임원은 "자체 분석 결과 부지 공급 가격이 527억원인데, 다 지어서 분양했을 때 챙길 수 있는 순수익금은 600억원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SK건설은 그룹 계열 부동산 개발사인 SK D&D, 현대엔지니어링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GS건설KT&G와 짝을 이뤘다. GS건설이 재무구조가 탄탄한 파트너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두 회사는 2012년부터 아파트 건설 시행·시공사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한신공영제일건설·교보증권과 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6개 용지 가운데 최대 규모(2만1506㎡)인 8블록도 경쟁이 치열하다. 122개사가 참여했다. 최소 4파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우선 현대건설이 태영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시공능력평가 2위와 20위의 결합이다. 대림산업동부건설과, 금호산업은 계룡건설산업·대보건설·제일건설과 각각 손을 잡았다. 포스코건설은 아직 컨소시엄을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8블록 경쟁 판도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시공사는 이달 말 사업계획서 접수를 완료한 뒤, 다음 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에 건설사들이 치열하게 몰려든 원인 중 하나로 수도권 택지 부족이 꼽힌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도권에는 2015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호황을 거치며 좋은 지역 쓸 만한 택지가 모두 소진된 상황"이라며 "올해 신규 사업을 벌일 지역이 마땅치 않은 건설사 입장에서 과천 사업은 말 그대로 '가뭄의 단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는 전국에 걸쳐 156㎢, 노무현 정부는 296㎢를 각각 택지로 지정했지만,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이명박 정부는 34㎢, 박근혜 정부는 7㎢를 신규 택지로 지정하는 데 그쳤다. 이들 택지가 지난 3년여간의 주택 시장 호황에 대부분 팔려나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