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엔지니어들이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결함을 찾아냈다. 인텔은 CPU 결함을 지난해 6월 발견했지만 숨겼다. 구글이 이를 ‘폭로'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 캘리포니아, 오리건, 인니애나주에서 인텔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이번 사태는 세계적인 CPU 공급 기업인 인텔의 치명적 실수지만 한편으론 구글의 기술력과 파급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글은 이제 단순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를 넘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하드웨어 제조까지 손을 뻗치면서 ‘초(超) 국가’ 기업이 되고 있다.

◆ 세계를 뒤흔드는 구글의 기술력

구글은 인텔 CPU 결함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인텔의 CPU 결함 건은 구글의 사내 보안분석팀인 ‘프로젝트제로’가 구글이 IT 인프라에 자체 개발한 신기술을 이용한 보안패치를 적용한 결과를 내놓으면서 드러났다. 구글의 보안팀은 CPU의 결함을 파악해내고 자체 개발한 보안패치 기술을 공개했다. 패치 적용으로 CPU 결함 탓에 생기는 해킹 위험을 없애는 동시에 성능 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덕분에 인텔은 물론 인텔의 CPU를 활용해 클라우드 서버를 IT 기업들은 취약점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인텔 CPU 결함은 이를 활용하는 PC의 문제보다는 클라우드 업체들에게 특히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해당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패치를 할 경우 성능 저하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구글의 보안팀은 자신들의 패치 기술을 적용하면 CPU 성능 저하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내용까지 보고서에 담아 기술을 공개했다. 미국 외신들은 “구글이 반도체 제조사를 살리고 글로벌 IT 업체에 희소식을 가져다 줬다”는 평가까지 내놨다.

구글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이미 지난해 AI 개발을 위한 텐서프로세싱유닉(TPU)이라는 칩까지 공개했다. 기존 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빠르고 전력 소모도 줄인 칩을 공개해 구글 데이터 센터에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컴퓨팅 부품 외에도 하드웨어 제품으로 점차 사업 범위를 넓혀가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종합 회사로서의 위치도 탄탄하게 만드는 중이다. 지난해 9월 1조2000억원에 대만 HTC 픽셀 스마트폰 사업부를 인수한 구글은 지난 4일(현지시각) 자체 설계 스마트폰 ‘픽셀2’ 시리즈와 신형 AI스피커, 무선 이어폰, 노트북, 카메라 등 하드웨어 제품을 공개했다.

◆ 국가적 견제 받지만 超 국가적인 구글

조선일보 DB

구글의 기술력은 세계 IT 업체들을 긴장시키면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조세 회피와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구글은 유튜브, 구글플레이와 같은 플랫폼 사업으로 조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각국 정부로부터 플랫폼 사업 매출 신고가 정확치 않다는 지적과 조세 회피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구글 때문에 기존 법인세와는 별도로 각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을 근거로 하는 평행세평형세(Equalization tax)를 도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한국 정부도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세청 등 범부처 합동으로 구글이 세금을 회피해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는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도 했다. 구글은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흥행으로 한국 3대 게임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덕에 수수료 매출만 1조원을 넘게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글은 또 지난해 11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개인 위치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구글 본사로 전송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사실은 지난해 초부터 계속 논란이 됐는데, 구글 측은 “수집된 정보는 메시지 기능개선 활용을 위해 검토했지만 실제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위치정보 수집 문제로 한국은 방송통신정보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건이어서 미국, EU, 일본 등 조사 동향을 파악해 국제공조도 함께 진행하면서 조사 중이다. 다만 글로벌 기업인 만큼 구글에 강한 징계 조치가 내려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구글은 또 2016년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해 정부는 물론 국회까지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정밀 지도 데이터를 요청해 정부와 국회가 이를 허용해야 하는 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역학부 교수 “구글은 운영체제(OS)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해 현재는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 기기를 모두 섭렵해 가면서 점차 막을 수 없는 파급력을 키워 과거 산업보다 더 큰 범주의 독과점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며 “점차 영향력이 커지면 여러 IT 산업 분야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모니터링 하고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