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해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일자리·고용이다.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19조2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2.7%나 늘었다. 전체 예산증가율 7.1%를 크게 웃돈다. ‘공공부문 신규채용 확대’와 ‘청년 중소기업 취업보장 서비스’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일자리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수를 작년과 같은 32만명으로 예상했다. 작년 7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36만명보다 줄었다. 작년보다 일자리 예산을 2조1000억원 더 투입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 스스로도 ‘청년 실업(失業)’ 문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직접 원인은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나 뛰어오른 것이다. 음식점·편의점·주유소 등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대학과 아파트 단지들이 경비원을 축소하고 있다는 어두운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연초부터 자영업자들을 만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도 작년 7월 최저임금 결정 직후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편성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소상공인과 영세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그러고는 1월 최저임금 지급 현황 등을 살펴본 뒤 또다시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한다.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할 상황이지만 이런 땜질 처방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 관련 인건비 추가 부담이 올해만 1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그중 3조원을 예산으로 메워줘도 대다수 영세기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최저임금 충격은 불난 데 부채질한 것과 비슷하다. 청년 일자리 절벽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저임금은 이미 벌어진 상황을 좀더 악화시키는 작용을 했다. 부채질을 멈춘다고 불이 꺼지지는 않는다. 최저임금 충격이 해소돼도 청년 취업난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2000년 이후 8% 수준을 유지하다 2013년부터 상승해 최근 10%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25~29세 대졸 실업률은 2010년 9%대에서 최근 14% 안팎으로 크게 악화됐다. 전반적으로 고용률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남자 25~29세 고용률은 2000년 78%에서 2016년 70%로 하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청년의 역량 분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한국 청년(25~34세)의 평균 역량은 언어 능력은 최상위권, 수리능력과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능력은 중위권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중상 수준이다.

그런데 최상위 1%의 역량은 비교대상 33개국중 분야별로 25~29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반대로 최하위 1%의 역량은 4~6위로 상위권이었다. 한국 청년들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중간에 밀집돼 있고 위아래 격차가 작다는 것이다. 평준화 교육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중간에 밀집된 역량 분포의 특성에 맞춰 한국 청년들은 대체로 사무직, 생산직 등 중간 수준의 일자리를 찾는다. 문제는 기술혁신으로 인해 이 부문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KDI 보고서는 흔히 말하는 ‘일자리 미스매치’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 이후 매년 신생아가 줄어들다가 1991~96년에 잠시 반전이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이른바 ‘에코붐 세대’가 태어난 것이다. 그로 인해 25~29세 인구는 2017~21년에 39만명이 늘어날 전망이다. 청년 취업난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뾰족한 해결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구조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쉽게 풀 방법은 없다. 결국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최상위 인력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수월성 확보를 위한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취업난을 겪은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일본에선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학교를 졸업하고 신규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들을 ‘취업 빙하기 세대’라고 한다. 이들은 청년기에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영향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적 자본 파괴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부담도 크다.

정부 정책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행동은 거꾸로 하기 일쑤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해소’ 같은 이념적·정치적 구호를 앞세워 즉흥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하는 정책과 법안이 줄을 잇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이런 정책 역주행이 더 심각한 문제다. 청년 일자리 상황에 대한 진단부터 제대로 하고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