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 1년여만에 주가가 9배 폭등하며 시가총액 상위 3위에 오른 신라젠(215600)이 이번엔 최대주주 주식 매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 등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에 나서자 숨겨진 악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거품’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4일 신라젠은 대주주의 지분 매각 사실을 공시해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문 대표와 문 대표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지인 및 친인척 9인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271만3997주를 장내 매도했고 보유 지분율은 20.52%에서 16.53%로 3.99%포인트 줄었다. 문 대표 본인의 지분은 7.84%에서 5.49%로 감소했고, 이번 매각으로 13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라젠의 주가는 4일 10% 이상 하락했고 이튿날인 5일에도 개장 직후 7% 대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신라젠 측은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주식 처분은 문 대표의 국세청 세금 납부와 채무 변제가 목적으로, 불가피한 사항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미국에서 제넥신의 면역 항암제에 투자했다는 호재성 소식을 전한 덕에 전날보다 8.46% 오른 10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반복된 악재와 호재 속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이틀이었다.

신라젠 주가 추이

◆ 매각 사실 2주 지나서야 공시...미공개정보 의혹도 제기

문 대표 등이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대주주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7거래일에 걸쳐 4% 규모의 지분을 조금씩 분할 매각했다. 현행 규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147조)에 따라 상장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경우 보유 주식 규모가 1% 이상 변동되면 이를 5거래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성탄절, 연말 연초 등 휴장이 끼어있었던 탓에 공시는 지분 매각이 시작된 이후 2주가 지난 후에 올라왔다. 공시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공시가 적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코스닥 시장에서 빈번했다. 최근 뉴프라이드역시 최대주주가 지분을 4거래일에 걸쳐 전량 매각해놓고 이를 공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스닥 상장사에도 유가증권시장과 같은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5%룰’ 외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또 한번 적용받아 최대주주 등의 소유주식 수에 변동이 있는 경우 변동이 발생하는 즉시 공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도 나온다. 주요 주주들이 알려지지 않은 악재성 정보를 미리 접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미리 지분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시가 있었던 4일 주가 흐름도 심상찮다. 최대주주 지분 매각 관련 공시가 이뤄진 시각은 4일 오후 5시 45분으로 장 마감 후였지만, 소문이 공시를 앞섰다. 대주주 지분 매각 소문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확산하면서 주가는 오후 2시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전날 대비 10.49% 급락한 9만2200원으로 마감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해 불공정거래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신라젠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입장문

◆ 거품 논란 재부상…회사측 “특허 출원 실패 소문 전혀 근거없는 의혹"

당장 신라젠의 주가는 진정됐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은 남아있다. 회사 측이 밝힌 문 대표의 지분 매각 사유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함께 특허 출원 실패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 등 시장에서는 신라젠이 항암 바이러스 면역치료제 펙사벡의 특허 출원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특허 출원 실패에 따른 임상 중단 소문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 없는 의혹이라 일축했다. 특허 출원과 심사과정에서 거절 결정은 언제든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라 분할 출원, 계속 출원 등 방법을 통해 펙사벡에 대한 해당 특허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며 전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구체적 권리항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기술 권리 보호가 특허보다는 제조 관련 영업 비밀로 수행돼 펙사벡 특허 무효성을 함부로 추측해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불안감의 기저에는 ‘거품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신라젠은 시가총액이 6조8000억원을 넘어 코스닥 내 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2016년 매출액이 불과 53억원에 468억원의 영업적자를 봤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영업적자가 372억원에 달했다.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펙사벡은 신라젠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유일한 동력이라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약 개발이 최종 시판에 이를 확률은 10%가 안되고, 성공을 하더라도 획기적으로 기업 실적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며 “펀더멘털에 근거한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