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왕창 올려놓고 직원 자르지 마라, 가격도 올리지 말라고 하면 우리만 망하라는 건가."

광주광역시에서 일식당을 하는 박모(47)씨는 "우리가 무슨 자선 사업하느냐, 요식업협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새해 아르바이트생 7명의 인건비를 최저임금 인상률(16.4%)에 맞춰 올리자 예상 수익은 반 토막이 났다. 그는 "가격 인상 말고 무슨 대책이 있겠느냐"고 했다. 박씨는 메뉴 가격을 500~1000원씩 올렸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식당·커피전문점 등 영세 자영업을 중심으로 '고용 줄이기', '가격 올리기' 우려가 현실화하자 정부는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일 "물가가 오르거나 있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언제든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직원 월급보다 덜 버는 업주가 수두룩한데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불만이다.

◇"자영업자가 모든 부담 다 떠안아"

대구의 지하상가에서 네일아트숍을 하는 한모(31)씨는 "경기가 나빠져 월 매출이 2~3년 전 1000만원에서 지금은 600만원으로 추락했는데 인건비까지 올랐다"며 "우리라고 (가격을) 올리고 싶어 올리겠느냐"고 말했다.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치킨프랜차이즈업체 본사 임원은 "가맹점 점주들이 '이대로는 손해를 볼 지경이니 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 표적이 될까 봐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알바 없이… 셀프 주문·셀프 결제 - 지난 5일 서울 노량진의 한 멕시코 음식점에서 손님이 무인 주문 자동화 기계를 통해 주문을 하고 있다(왼쪽). 7일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는 손님이 셀프 계산대에서 구매할 제품을 직접 스캔하고 있다(오른쪽). 최근 인건비 부담이 늘며 업체들은 ‘무인 편의점’ ‘무인 주유소’를 도입하고 있다.

가격이라도 올려 인건비 상승을 메울 수 있으면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다. 편의점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으니 직원을 줄이고, 점주가 대신 일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신모(37)씨는 "가뜩이나 편의점 수가 급증해 수익이 크게 떨어졌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인건비는 점주가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 영세상인들의 대규모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프랜차이즈(가맹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편의점의 평균 한 달 수익은 155만원이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은 35% 오른 데다 과다출점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4~5% 정도 떨어졌다"고 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올해 폐점이나 심야영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유모(47)씨는 "가맹사업법상 심야 매출이 6개월 이상 인건비를 밑돌면 심야 영업을 안 해도 된다"며 "상황을 본 뒤 웬만하면 심야 영업은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자격 없는 영세 상인이 대부분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책인 것처럼 홍보하지만,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세자영업자는 일자리안정 자금 신청요건인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이 많은 데다, 직원들조차 "보험보다는 현금을 달라"며 4대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8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4%에 불과하다. 특히 이 중 아르바이트생 같은 시간제 근로자는 23%, 파견근로자 같은 비전형근로자는 30%에 그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하루하루 가게 살피기 바쁜 소상공인 입장에선 세금이나 인건비 부담 줄이기를 더 원한다"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약 9300원으로 치솟는 만큼,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든가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등 자영업자가 생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