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4)씨는 지난 1일부터 카페 입장료를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아르바이트 직원 3명의 급여를 최저임금인 시간당 7530원에 맞추자 인건비 부담이 월 60만원 정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페의 월평균 매출에서 늘어난 인건비와 건물 임차료, 재료비 등 각종 지출을 빼면 월 10만원 적자다. 이씨는 "가격 인상으로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도 되지만 그냥 적자를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구광역시 중구에서 네일아트숍을 운영하는 한모(31)씨도 요금을 10~20% 올렸다. 한씨는 "손님은 30% 줄었는데 경력 아르바이트생의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더 높게 올려줘야 한다"며 "가격을 안 올리면 다음 달 임차료를 못 낸다"고 했다.

만두집도 키즈카페도 줄줄이 인상 - 6일 서울 외곽의 한 만두집에 ‘최저 인건비와 물가 인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위 사진). 5일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 키즈카페에도 이용료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렸다(아래 사진). 카페 주인은 “인건비가 올라 이용료를 올리지 않으면 적자를 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한꺼번에 16.4% 오르면서 식당을 비롯해 미용실·네일아트숍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적자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한 감자탕 집은 7000원이던 감자탕 값을 7500원으로 올렸다. 지난해부터 식품 원재료 값이 오른 데다 아주머니 5명의 인건비가 월 100만원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기 군포의 한 사진관도 사진 촬영비를 20% 올렸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햄버거 업체가 5~6% 값을 올린 것을 필두로 놀부부대찌개와 신선설농탕 등 한식 업체도 5~14% 올렸다. 가격 인상 점포 대부분이 서민층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체감 물가는 더 많이 올랐다.

가격을 올렸다가 손님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거나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자영업은 경쟁은 극심한 반면 수익은 매우 낮다"며 "소비자에겐 물가 상승, 자영업자에겐 소득 감소, 알바생은 고용 불안을 가중하는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