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 "감세 해도 생산성 늘지 않고 고용 증가 불확실"
블랑샤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미 증시 상승했지만 주식 프리미엄은 뒷걸음질"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통상 정책, 무역적자만 키우고 중국만 이득 볼 것"

5~7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경제학계 거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제학계 거물들이 출범 1년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집중포화를 날렸다. 총체적으로 실패할 것이란 날선 비난도 적지 않았다. 5~7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다.

매년 1월 초 열리는 전미경제학회는 그 해 경제학계에서 가장 이슈가 될 만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트럼프노믹스: 첫 해 평가(TrumpEconomics: a First Year Evaluation)’라는 주제로 올리비에 블랑샤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틴 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이 토론에 나섰다.

2016년에는 미국의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로버트 고든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분석을 놓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일전을 벌였다. 지난해 주제는 ‘새 대통령이 당면한 경제 과제’였다. 그레고리 맨큐 미 하버드대 교수 사회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맡았던 제이슨 퍼만과 그 전임자인 앨런 크루거 미 프린스턴대 교수를 비롯해, 공화당 성향의 글렌 허바드 미 컬럼비아대 교수와 존 테일러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각각 참석했었다.

마틴 펠프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은 경제 시스템이 혁신 동력을 잃으면서 생산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세금을 깎는다고 생산성이 향상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확실한 것은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만 늘어나면서 임금이나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펠프스 교수는 오히려 “대규모 세제 개편이 불확실성을 높여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기업이나 개인을 못살게 군다는 점에서 1920~30년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을 닮았다”고 직격탄을 날리기까지 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신중상주의적(Neo-mercantilism)’ 통상정책은 잘못된 가설(flawed hypothesis)을 가지고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미국의 통상 협상 능력이 트럼프 행정부 생각보다 세지 않아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다른 나라의 통상협정이 깨질 경우 미국 측의 손해도 막심한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또 “중국 등 일부 국가는 미국보다 협상력이 더 세다”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 기존 협정을 대체할 경우 생기는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결할 지 제대로 된 전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요즘은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중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위해 인위적인 평가절하에 나서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은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일 뿐”이라고 했다. 또 “무역 관계를 제로섬으로 보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관계가 안정성을 가지고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무역수지는 국내 저축 및 투자라는 거시 경제적 요건에 의해서 좌우된다”며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드는 데다 감세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트럼프의 통상정책으로 가장 이득을 얻는 것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과의 FTA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 스티글리츠 교수는 “상품수지는 적자지만, 서비스수지 흑자로 이를 벌충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공격적인 통상 압박이 결국 안보 협력 관계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올리비에 블랑샤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효과’라는 주제로 트럼프노믹스가 미국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S&P500 지수는 22.4% 올랐다. 블랑샤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여기에서 영업이익 증가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12%포인트 정도이고 5%포인트는 법인세 감세안(案)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당 증가, 향후 배당 증가에 대한 예상에서 주가를 나눈 뒤, 향후 10년 간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뺀 ‘주가 프리미엄’은 소폭 하락했다고 블랑샤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비율로 따지면 0.70~0.98%포인트 정도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보다 유럽 등 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탓을 하기에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