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외국인 관광객 전용 게스트하우스. 김희웅(55) 쯔요시노이에(剛の家) 대표가 도쿄에서 온 오에 요시아키(49)씨 가족에게 서울 명소를 소개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2000년 4층짜리 다세대주택의 3~4층 6개 방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영업을 시작했다. 1인당 1박에 4만~5만원을 받는다. 김치 담그기, 다도·서예 교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서비스해, 지금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만약 김 대표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이런 서비스를 했다면 불법이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도시에서 일반 주택을 이용한 민박 제공은 외국인 대상으로만 가능하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쯔요시노이에’게스트하우스에서 김희웅(오른쪽) 대표가 도쿄에서 온 오에 요시아키씨 가족에게 지도를 펼쳐놓고 서울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 정부는 내국인에 대해서도 도심의 일반 주택을 빌려줄 수 있도록 법을 바꿀 예정이다.

정부는 내·외국인 손님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공유민박업을 신설하기로 하고 관련 규정을 마련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공유민박업이란 주인이 살고 있는 도시 지역 주택에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 시행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 세계 빈방과 투숙객을 연결하는 '에어비앤비(airbnb)'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연간 180일 내·외국인 대상 숙박 영업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1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올해 공유민박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외국 관광지로 향하는 내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돌리고, 단체 쇼핑 위주의 방한(訪韓) 관광을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공유민박업 도입을 골자로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돼 국회 계류 중"이라며 "올 상반기 중 국회 통과가 어려우면 관련 내용을 포괄한 관광숙박진흥법(가칭)을 정부 입법 등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완영·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군·구 지역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을 활용해 공유민박 영업을 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간 180일 이내에 내·외국인을 상대로 숙식을 제공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도 이와 비슷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방 5개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하되, 소음 등으로 주민 불편이 없도록 도시 지역 중에서 전용 주거지역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공유민박업은 규제 프리존 특별법 일부로 2016년 도입이 추진됐지만 여야 대립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규제 프리존 특별법은 부산·강원·제주 등 관광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신청한 곳에 공유민박업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지만, 현재 추진 방안은 전국을 대상으로 해 훨씬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새로운 수요 생길 가능성"

공유민박업 활성화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주택 수요를 창출할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매입과 리노베이션 수요에 긍정적 역할을 미쳐 부동산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유민박용 다가구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신규 부동산 분양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60대 이후 은퇴한 노년층이 남는 집 공간을 여행자에게 제공,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관광 진흥책의 일환으로 공유민박업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15년 단기 임대를 합법화하고, 연간 영업 일수 제한을 풀었다. 도시계획부에 전담 부서를 만들었고, 수입의 14%를 세금으로 징수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정부 허가가 없어도 연간 120일까지 주거지 임대를 허용하고, 손님 1명이 하루 묵을 때마다 0.83유로(약 1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한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일본에서는 부족한 숙박 시설을 공유민박업으로 해결하고 있다. 올해부터 국가전략특구(特區)를 대상으로 연 180일 이내 공유민박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의 기초 인프라인 숙박 시설 자원이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정부는 위생과 안전에 대한 세부 매뉴얼을 만들고 이행 여부를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