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 급등의 여파로 자산이 120억원을 넘는 기업들 4곳 중 1곳꼴로 흑자에서 적자로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소·영세업체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 상당수도 최저임금이 16.4% 오르는 데 따른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종천 숭실대 명예교수는 3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딜레마에 빠진 최저임금, 제도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밝혔다.

이 교수는 자산 120억원(2016년 말 기준) 이상으로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가운데 전자·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 속한 1만3044곳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작년 시간당 6470원이던 최저임금이 올해 7530원으로 오르면서 이 기업들의 전체 인건비 부담은 5% 커지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이 16.4% 상승할 때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9.0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기업들의 비용 절감 노력 등을 감안해 실제 분석에선 인건비 부담이 5% 증가하는 것으로 보수적으로 가정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대상 기업들 가운데 3334곳(26%)이 당기 순이익에서 순손실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곳 중 1곳꼴로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실업자가 발생하면서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급상승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상여금,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숙식 등이 포함돼야 하며 업종·지역·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