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본부장 이어 국민연금연구원장 퇴사

잦은 리더 공백으로 몸살을 앓아온 국민연금공단에서 이번에는 국민연금연구원 원장이 조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에선 현재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도 비어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월부터 5년 넘게 국민연금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을 이끌어온 김성숙(사진·62) 원장이 최근 퇴사했다. 김 전(前) 원장은 조선비즈와의 전화 통화에서 "개인적인 일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현재 이용하 연금제도연구실장이 원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1995년 출범한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사회보험제도의 전반적인 발전 방안을 연구하고 기금운용성과 평가·재정계산·패널조사 등을 수행하는 브레인 조직이다. 설립 20주년이던 2015년 국민연금과 함께 전북 전주로 둥지를 옮겼다.

국민연금연구원은 보건복지부가 제4차 국민연금재정계산을 실시하기 위해 구성한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재정계산은 국민연금 장기 재정수지를 계산(재정추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말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재정계산 업무에 직접 참여한 건 아니겠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DB

그동안 국민연금은 툭하면 수장 자리가 비어 업무 추진 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단 전체를 이끄는 이사장 자리는 지난해 11월 김성주 현 이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무려 11개월간 공석이었다. 전임자인 문형표 전 이사장이 2016년 12월 기소된 뒤 후임자 선임에 1년 가까이 걸린 것이다.

국민이 맡긴 돈 600조원을 주무르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지난해 7월부터 반년째 방치돼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 운용을 총괄해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전임자인 강면욱 전 본부장이 돌연 자진 사임하면서 지금까지 비어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보직인 해외대체실장 자리도 공석 상태다.

민간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국민연금 곳곳에 공석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협업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하루빨리 핵심 보직이 채워지고 조직이 정상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적임자 선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