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증착장비 생산업체 한일진공의 주가는 본업과 관련성이 별로 없는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재료로 널뛰기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케이씨엑스(KCX) 주식 19억원 어치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이후 25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12월 18일 5000원대로 급등했다. 케이씨엑스는 올해 1월 중순 가상화폐 거래소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자 한일진공의 주가는 2일 2960원까지 떨어졌다.

디지탈옵틱과 케이피엠테크의 상황도 비슷하다. 디지탈옵틱은 광학기기 전문업체이며 케이피엠테크는 도금 약품 생산업체다. 두 업체도 케이씨엑스(KCX) 주식 5억5000만원 어치씩을 취득한 후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이 불자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든다고 공시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초 70만원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2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관련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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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조회 공시를 통해 가상화폐와 큰 관련이 없다고 밝힌 기업들도 나온다. 퓨쳐스트림네트웍스는 지난달 11일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과 직접적인 지분관계와 사업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PC제조업체 주연테크(044380)는 자회사를 통해 가상화폐 채굴 사업을 계획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주연테크는 12월 19일 “가상화폐 채굴사업 분야는 구체화된 바 없다. 투자에 유의하라”고 공시하자 주가는 가상화폐 테마로 엮이기 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주연테크의 최근 3개월간 주가 흐름.

완구회사 손오공(066910)은 지난달 19일 공시를 통해 “가상화폐는 주가와 거래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자회사 손오공IB가 블록체인 전문기업 제너크립토와 업무협약을 맺고 가상화폐 채굴 및 유통에 나선다는 소식에 손오공의 주가가 급등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련주로 묶인 기업들 다수의 투자금액은 5억원 이하로 크지 않지만, 주가 상승세로 시가총액이 몇백억원 가량 늘어나기도 한다”며 “본업이나 실적과 큰 관련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도 가상화폐 관련주에 대한 ‘묻지마 투자’를 경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가상화폐 관련주의 주가 변동성이 최근 3개월 사이에 급격히 확대되고 실적과 무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 위험성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가상화폐 관련주 거래동향과 이상매매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