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 해 수백 편씩 논문을 발표하는 한 국제학술지가 심사 과정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국제 학술계에서 사실상 퇴출됐습니다. 그런데도 국내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최근까지도 해당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중요 연구 성과로 홍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학술지는 미국 임팩트 저널스사(社)가 발간하는 암 연구 전문 저널인 '온코타겟(Oncotarget)'입니다. 1일 본지 확인 결과 지난해 8월부터 미국의학도서관의 생명과학·의학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메드라인(Medline)에 이 저널의 논문이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메드라인은 전 세계 생명과학자들이 논문을 찾아볼 때 가장 먼저 검색하는 곳으로 학술지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국제학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온코타겟을 의심했습니다. 국제 논문 표절 감시 사이트인 미국의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 Watch)'에 따르면 온코타겟은 이미 2015년에 논문 심사 과정이 불투명하고 저자들에게 게재료만 받아 챙기는 이른바 '약탈적 저널'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고려대 의학도서관도 지난해 11월 "온코타겟은 최근 (같은 저자의 논문끼리 서로 인용하는) 자가인용률도 높고 동료 평가 과정도 의심스러워 메드라인 등재학술지에서 누락된 걸로 추정된다"고 연구자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온코타겟은 2010년 창간 후 연간 300편 내외의 논문을 게재하다가 2014년 갑자기 1000여편의 논문을 실었습니다. 지난해는 무려 8000여편에 이릅니다. 국내 학자가 제1저자인 논문도 지난해 470여편이나 됩니다. 이 중 상당수가 이제 국제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최근까지도 주요 대학병원과 정부 연구소, 바이오 기업들이 "암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며 온코타겟에 실린 논문을 중요 성과로 홍보했습니다. 최근 사정을 모르고 한 일이겠지만 국내 학계가 이리도 허술한가 하는 자괴감도 듭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과학계의 연구자 평가가 논문의 수보다는 질을 먼저 보는 방식으로 바뀌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