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통하면 글로벌에서도 통해요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 판교에 있는 특수 영상 제작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포디리플레이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카메라 촬영 장비 앞에서 뛰어오르고 있다.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포디리플레이는 미프로야구(MLB)협회, 미프로농구(NBA)협회 등과 기술 공급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포디리플레이처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는 토종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오후 영상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포디리플레이 정홍수(43)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국도를 달렸다. 직원 5명과 나눠 탑승한 승합차 두 대에는 360도 각도에서 스포츠 영상을 찍기 위한 카메라 100대가 실려 있었다. 30일 오전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경기를 촬영하기 위한 장비였다.

이 회사는 선수들의 모습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빙 둘러가며 보여주는 '타임슬라이스' 영상을 찍어 생중계로 전송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총알을 피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이들이 30일 촬영한 UFC 경기는 전 세계 130여 국에 생중계됐다. 정 대표는 "2016년 6월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에서 첫선을 보인 후 영상 제작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프로야구(MLB)협회, 프로농구(NBA), 일본프로야구(NPB)협회와 2~3년 장기계약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SDS 출신인 정씨는 2012년 경기도 성남 판교에 직원 5명의 특수영상 제작업체 포디리플레이를 설립한 데 이어 2016년 4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현지 법인을 냈다. 해외 주문량이 늘면서 직원 수는 24명으로 늘어났다. 정 대표는 "미국 스포츠 시장은 한국보다 1000배나 크기 때문에 처음부터 미국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토종 스타트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각축장인 실리콘밸리에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가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기관인 K-ICT본투글로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활동 중인 서울·경기지역 국내 스타트업만 이미 4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에 본사를 둔 모바일 채팅 앱(응용프로그램) 업체 센드버드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로부터 1600만달러(약 170억원)를 유치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출신 본브레테크놀로지(착용형 의료기), 솔깃(모바일 게임),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엠텍글로벌(초소형 초음파 진단기) 등 비(非)수도권 스타트업들도 약진하고 있다.

김종갑 K-ICT본투글로벌센터장은 "한국 벤처 역사가 20년을 넘어가면서 세계에서 통하는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20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될성부른 기업에 투자하고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