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상 화폐 규제 소식에 전 세계 가상 화폐 시장이 출렁거렸다. 과거 중국이 그랬듯 이제는 한국이 세계 가상 화폐 시장의 '큰손'이 되면서 전 세계 가상 화폐 시장에 뜻하지 않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28일 오전 11시쯤 정부가 가상 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하자 한국 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100만원대에서 1800만원으로 급락했다. 이 영향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가상 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의 규제 발표가 나온 지 2시간 후 하락을 시작해 1만6406달러에서 29일 한때 1만3668달러로 17% 떨어졌다. 가상 화폐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등 다른 가상 화폐들도 10% 안팎 하락했다. 가격 하락에도 한국의 가상 화폐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게 유지되는 코리아 프리미엄은 여전해 29일 낮 12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에서 1921만원, 미국에서 1만4899달러(약 1590만원)로 한국에서 20% 더 비싸게 거래됐다.

29일 서울 중구의 한 가상 화폐 거래소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 화폐 시세가 게시돼 있다. 전날 정부가 가상 화폐 거래 실명제 등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이날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10% 넘게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한국의 규제 소식은 가상 화폐뿐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가상 화폐 관련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록체인 업체 패러티움은 28일(현지 시각) 전날보다 23.6% 급락했고, 가상 화폐 관련 업체 디지털 파워도 9.56% 하락했다. 또 나스닥 상장 기업 온트랙 이노베이션과 라이어트 블록체인 등 관련주들이 각각 9.5%, 8.6% 급락했다.

이 같은 현상에 외신들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경제 채널 CNBC는 "한국 정부가 신규 가상 화폐 계좌를 금지한 후 비트코인 가격이 약 11% 떨어졌다"며 "지난 10개월간 한국 투자자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12% 이상 차지할 때도 있으며, 이더리움과 리플 등 다른 가상 화폐 가격 상승에도 한국 투자자들이 현저하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급락을 경험한 비트코인 시장에 한국 정부가 또 한 번 타격을 날렸다"며 "올해 1600% 상승한 비트코인 열풍에 한국이 그라운드 제로(폭발 중심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