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현재 서울 지하철 1호선 오류역 앞에는 오류1동 주민센터(옛 동사무소)가 있다. 1000㎡ 남짓한 대지에 36년 전 지어진 낡은 3층 벽돌 건물이다. 이 건물은 이르면 다음 달 헐린다. 그리고 2020년 2월까지 공사를 거쳐 산뜻한 디자인의 지하 4층~지상 18층 건물이 들어선다. 원래 주인인 주민센터는 새 건물 2~3층에 들어간다. 1층은 상가로, 4~5층은 주민공동시설로 구성된다. 나머지 6층 위로는 공공 임대 주택이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180가구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층에 주변 시세 70% 안팎의 저렴한 임대료로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으로 임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식으로 도심에 위치한 노후 공공청사를 임대주택·청사·수익시설로 복합 개발하는 '노후청사 복합개발 사업지'로 총 23곳을 추가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노후청사 복합개발 사업은 좁고 낡은 청사를 공공임대주택, 편익시설, 신청사 등의 복합용도로 개발하는 것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같은 지방 공사(公社)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사업비를 먼저 투자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완공 후 수익시설을 임대해 받는 임대료로 건설비를 되갚는다. 무주택자는 도심지에 임대료가 싼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고, 지자체는 편익시설 임대료와 임대주택 건설 지원금 등을 통해 청사 신축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복합형 공공청사는 일본이 먼저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불황과 인구 감소로 30~40년 된 낡은 청사를 새로 지을 돈이 없던 지자체들이 '민관(民官) 합동개발'을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예컨대 870억엔(약 86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던 도쿄 도시마(豊島)구는 구청 소유 토지를 민간 건설업체에 50년 임대, 구청·편의시설·임대아파트가 공존하는 49층 건물을 2015년 완공했다. 건설사가 아파트 임대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도록 해, 신축에 필요한 지자체 예산 400억엔을 아꼈다.

한국의 노후청사 복합개발은 이와 비슷하지만, 주된 목적이 '신청사'가 아닌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점은 다르다. 김근오 국토부 행복주택정책과장은 "도심 거주를 희망하지만 비싼 주거비가 부담인 저소득 청년층이 들어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만드는 게 복합개발 사업의 첫 번째 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주민센터나 구청 등 공공청사는 대체로 역세권 등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주거용도로 활용하는 게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날 발표된 23곳은 지자체 공모를 통해 접수된 77개 후보지 가운데서 선별한 것이다. 국토부는 앞서 9월에는 '선도사업지' 11곳을 지정했었다. 두 차례에 걸쳐 선정된 34개 사업에서 임대주택 총 6300가구가 공급된다. 이런 식으로 국토부는 2022년까지 1만 가구를 준공하고, 1만 가구가 입주할 추가 후보지를 발굴할 계획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사업이 도시 청년층 주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특정 지역에 저가 임대주택이 한꺼번에 대량 공급될 경우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역별 안배와 물량 조절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