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5세대(G) 이동통신 세계 표준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국이 5G 기술 표준 경쟁에서 앞서갈 절호의 기회다.

국내 인터넷·통신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 규제 역차별, 망 중립성 원칙의 변화 가능성 등 사업자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업계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론이 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 시동 걸린 ‘5G’… 평창서 시범 서비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통신의 시범 서비스가 이뤄진다. 5G는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상용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5G망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4G망에 비해 20배 빠른 전송속도를 갖춘 통신망이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20기가바이트(GB) 자료를 다운 받는데 1.5초면 충분하다.

평창 5G 센터 전경.

평창올림픽 주관 통신사인 KT는 행사 기간 중 5G를 이용한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360도 VR’ 기기를 이용해 원하는 각도에서 경기장을 보거나 특정 선수를 골라볼 수 있다. KT는 또 초고속 카메라에 5G 통신모듈을 탑재해 선수 시점에서의 영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9년 3월 상용화를 목표로 내년 상반기 5G 주파수 경매를 진행한다. 5G 주파수는 28기가헤르츠(㎓)와 3.5㎓ 대역이 유력하다. 통신업계의 5G 관련 투자도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5G 필수설비를 통신사들이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5G 필수설비 투자비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미 5G 주파수 대역 지정을 끝냈다.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이 연내 5G망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통신사들은 도쿄올림픽을 5G 상용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 구글·페이스북 규제 강화될까…망 중립성 원칙 변화 주시

국내에서 한국 인터넷 기업이 구글·페이스북·애플 등 외국 인터넷 기업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을 받고 있다는 규제 역차별 논란은 내년에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서는 외국 인터넷 기업을 국내 기업과 똑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외국 기업에도 세금이나 과징금, 개인정보 보호 등의 기준을 국내 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해 국내 기업과 형평성을 맞추려는 것이다.

고자세를 유지하던 외국 기업 중 일부는 역차별 논란을 의식해 태도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통신망 사용료를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은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와 통신망 사용료 협상에 착수했다.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 폐기에 항의하는 단체가 2017년 12월 14일 미국 워싱턴DC의 연방통신위원회(FCC) 건물 앞에 ‘#RIPinternet(인터넷은 죽었다는 의미)’이라고 적힌 사인을 세워둔 모습.

내년에는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을 둘러싼 국내 인터넷·통신 업계의 갈등이 더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망 중립성은 통신망을 공공재로 보고 통신 사업자(인터넷서비스 제공 회사)가 인터넷 회사의 통신망 이용료나 네트워크 속도 등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국내 망 중립성 정책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은 5G(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등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이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망 중립성 원칙을 완화해 인터넷 기업이 망 사용료를 더 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터넷 기업들은 인터넷 산업 혁신을 위해서는 망 중립성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보편요금제⋅단말기 자급제 등 통신비 인하 방안 최종 판가름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논의는 내년에도 주요 이슈다. 대통령의 정책공약 이행을 위해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5%로 상향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2018년은 이 두 제도에 대한 최종 가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2017년 11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1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보편요금제란 월 2만원대에 1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정부는 SK텔레콤에 이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해, 요금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통신사들이 소비자가 고가의 통신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보편요금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업체 대리점이 아니라 일반 가전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사서 고객이 원하는 통신업체에 가입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휴대전화 판매에서 손을 떼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 이통사의 휴대전화 판매가 금지되고, 단말기 보조금과 25% 선택약정 요금할인도 사라진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통신 3사 최고경영자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이동통신 유통점과 단말기 제조사,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 조율을 위해 만들어진 가계 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4차례 논의를 거쳤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해 국회에서 내년쯤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밖에도 제4이동통신을 허용해 통신사간 경쟁을 활성화시켜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