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가구 중 팔겠다고 나오는 집이 거의 없어요. 어쩌다가 하나가 나온다고 해도 한두 달 사이에 1억~2억원씩은 올랐죠."(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주변 중개업소)

"용산엔 장차 뉴욕 맨해튼 부럽지 않은 스카이라인이 생길 겁니다. 투자 가치만 보면 강남보다 나을 겁니다."(용산구 한강로1가 중개업소)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용산을 주목하고 있다. 2013년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좌초로 침체했던 용산 개발 프로젝트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미 삼각지에서 한강대교로 이어지는 한강대로 주변은 초고층 주거시설과 업무시설, 호텔 등이 새로 들어서면서 주변 상권(商圈)이 확연히 살아났다. 한강과 맞닿은 이촌동 일대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개발 프로젝트와 한남뉴타운 재개발 등도 탄력이 붙으면서 '신(新) 용산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중심이 광화문 일대에서 용산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용산역세권 개발 다시 시동

올 들어 용산역 주변은 새로운 신축 고층 빌딩이 잇달아 들어서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달 용산역 뒤쪽으로 1700개 객실을 갖춘 국내 최대 호텔타운 '서울드래곤시티'가 문을 열었다. 용산역 앞쪽으로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래미안용산더센트럴'(40층)과 '용산푸르지오써밋'(39층)이 입주했다. 맞은편엔 '백자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연면적 18만8902㎡(약 5만7150평)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있다. LS용산타워 옆에선 2020년 입주 예정인 최고 43층 1140가구 규모의 '용산센트럴파크 헤링턴스퀘어' 공사가 한창이다.

부동산업계가 주목하는 용산의 가치는 아직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이다. 하나는 미군기지에 조성하는 용산민족공원이고, 다른 하나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 국제업무지구이다. 30조원 이상을 들여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개발하려던 국제업무지구는 자금난으로 2013년 무산됐고, 현재는 사업 무산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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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용산 정비창 일대 개발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용산역 정비창 전면' 등 용산구 일대 정비계획 4건을 통과시켰다. 용산역 정비창 전면은 국제업무지구 남동쪽 주거지역으로 지금은 노후 주택과 상가가 밀집해 있다. 서울시 결정으로 이 지역은 최고 높이 100m(약 30층)의 주상복합타운으로 개발된다. 조합원들은 주거시설 5개 동, 업무시설 1개 동, 오피스텔 2개 동, 공공청사 1개 동 등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용산 국제빌딩 주변에 지상 39층 높이 주상복합을 짓는 계획안도 함께 통과됐다.

서울시가 내년 초 발표 예정인 '용산역세권 개발 마스터플랜'에 대한 관심도 높다. 대규모 통합 개발 방식을 피해 단위 구역별로 사업지를 쪼개고, 민간기업과 해외자본 유치 등으로 사업비 조달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강남 뛰어넘는 주거단지 될 것"

용산역세권 개발 호재와 함께 동부이촌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 청사진이 공개됐다. 1971년 준공된 '한강맨션'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를 통과, 지상 5층 660가구 단지가 최고 35층, 1493가구로 탈바꿈한다. 한강맨션과 맞닿아 있는 '한강삼익아파트'도 12층 252가구에서 최고 30층 337가구로 재건축된다.

한강맨션 전용 101㎡는 8·2 대책 이후 거래가 끊겼지만, 최근 호가(呼價)가 21억~22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신동아아파트'도 최근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섰다.

용산민족공원 주변에선 고급 주거단지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서 분양 예정인 '나인원한남'은 전용 206~273㎡ 335가구로 3.3㎡당 평균 분양가가 6000만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집 안에 수영장까지 갖춘 펜트하우스 3가구는 3.3㎡당 분양가가 1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6월 1조552억원에 팔린 유엔사 부지엔 고급 주거단지와 오피스·판매시설·호텔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3구역은 지난 10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 2019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남뉴타운 3구역에서 대지 지분 6~7평인 노후 빌라 시세가 6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내려다보는 입지에다가 용산 일대 개발 호재가 맞물려 시세가 무섭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용산역세권 개발과 용산공원 조성 등이 완료되면 강남 압구정이나 반포를 뛰어넘는 서울의 대표 부촌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정부 규제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면 개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니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