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장경수(31) 씨는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이라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려 했지만, 본인이 이용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해당 가상화폐가 거래되지 않아 살 수 없었다. 업비트 거래소에서만 거래됐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구매하기 위해 업비트에 가입하려 했지만 업비트 거래소가 신규 회원 가입을 막아 이마저도 어려웠다. 투자 방법을 고민하던 장 씨는 가상화폐 투자를 그만 둔 친구의 계정을 빌려 투자를 하고 있다.

# 대학생 이찬형(25) 씨는 최근 친구들의 가상화폐 투자를 대신 해주는 대가로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거래소 계정을 못 만든 친구 2명이 본인 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원하는 가상화폐와 가격을 얘기하면 이 씨가 대신 거래해주면서 일종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이 씨는 “계정을 미리 만들어둬 이런 공돈이 생겨서 좋고 친구들도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벌어서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코인네스트의 신규 회원 가입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지인의 계정을 빌려서 투자에 나서거나 지인이 대신 투자해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업비트와 코인네스트는 이른바 ‘잡코인’으로 불리는 알트코인 종류가 다른 거래소보다 많은데, 여기에 계정을 만들지 못한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택하고 있다.

조선DB

업비트와 코인네스트가 신규회원 가입을 막은 것은 이달 18일부터다. 두 회사는 모두 급격한 거래량 증가 등 때문에 서비스 안정화 작업을 위해 신규 회원 가입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업비트와 코인네스트가 급격한 거래량 증가를 겪는 것은 최근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알트코인이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얘기되면서부터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등 주요 가상화폐는 코인 1개당 가격이 높아 비교적 시세가 안정적인 반면 알트코인은 코인 1개당 가격이 적게는 몇 백원에서 몇 천원 정도라 가격 변동폭이 크다. 이 때문에 낮은 가격에 가상화폐를 매수했다가 순간적으로 가격이 급등했을 때 가상화폐를 매도하면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알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의 이용자와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거래소 오픈 이후 두달만에 약 120만명이 업비트를 이용하고 있다. 2014년 문을 연 빗썸 가입자(약 250만명)의 절반 가량을 두달만에 확보한 것이다.

거래소 규모는 빗썸이 국내 1위지만, 일 평균 거래규모는 업비트(5조원)가 빗썸(1조8000억원)을 능가했다. 코인네스트 역시 최근 가입자가 크게 늘어 10만명을 돌파했고 일 평균 거래 규모 역시 5000억원 정도로 늘었다.

거래소들이 언제 다시 회원 가입을 받을지 알 수 없어 계정 대여나 대리 투자 사례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안정화 작업이 끝나는대로 회원 가입을 다시 받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코인네스트는 이르면 내년 1월 초 신규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확실하지 않다.

대리 투자나 계정 대여 사례가 늘고 있지만 관련법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차명 거래는 증권 차명 거래와 달리 불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가상화폐 관련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관련 규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대리 투자나 계정 대여 등을 법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 약관을 위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김시목 세한 변호사는 “가상화폐는 법적으로 아무런 성격 자체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인 이슈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때 가입자 본인만 이용하겠다는 약관에 동의하고 가입했을 텐데 계정을 빌려주면 약관을 위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명 거래는 불법 자금이 투입될 여지가 있고 자금세탁의 위험도 커 부정과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당장 적법인지 아닌지를 떠나 가상화폐 거래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